“인서점이 철거됐다고요? 장사가 잘 안 되니 그렇겠죠. 요즘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누가 사나요? 전공 서적 아니면 살 이유가 없죠. 그리고 취업 준비나 학점 관리 때문에 인문사회과학 공부할 여유도 그리고 관심도 없어요.” <사범대 한 학우의 말>

지난 13일 인서점이 강제 철거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사회과학 서점으로서 20년간 건국인들과 함께 한 서점이 말이다. 현재 인사모(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중심으로 재건의 움직임이 있으며, 곧 학생자차기구를 통한 학내 활동도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현재 다수의 학우는 ‘인서점’이라는 작은 서점이 철거됐는데 왜 다시 재건하려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인서점이 어떠한 곳이었는지 그리고 인서점의 철거가 지니는 의미를 모르기 때문. 손이수(문과대ㆍ국제어문1)양은 “지나가는 길에 작은 사회과학 서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토록 역사가 깊은 서점인지 몰랐다”며 기자의 설명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학우들의 의식 속에서는 인문사회과학이 점차 소외되어 가고 있다.

▲텅 비어버린 인서점 내부 © 김봉현 기자

‘인문사회과학의 붕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현상적인 것만을 쫓아가면서, 깊이 있고 지루하게만 여겨지는 인문사회과학이 뒤로 밀려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은 인문사회과학이던 인서점의 붕괴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우리대학의 상황은 어떠한가?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고, 대학이 취업의 한 과정으로 사회적 지위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또한, 80~90년대 학생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이 펼쳐졌던 시대에 활발히 논의되고 연구된 인문사회과학은 학우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학사관리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수강인원 미달로 인한 선택교양 폐강 중 약 65%가 인문사회과학영역이었다.

김진기(문과대ㆍ국문) 교수는 “인문사회과학이란 어떻게 하면 사회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고민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민족ㆍ국가ㆍ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사회가 아니다. 사회주의가 사라지면서 자본주의적 폐해를 고치기 위한 고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학우들을 직접 대면하는 교수로서 큰 안타까움이 묻어나 보였다.

그렇다면, 현재 인사모나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인서점 심범섭 대표는 “인문사회과학은 주어진 역사현실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역사의 설계자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지금 인문사회과학의 위기가 주요 담론이 된 것은 필시 우리 역사의 내면에 심각한 질환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이제는 과거의 관념적 관성을 떨쳐버리고 ‘문화’라는 코드를 통해 인문사회과학이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진기 교수는 “시대 추세는 어쩔 수 없지만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현재, 인문사회과학은 좀 더 섬세하고 깊이 연구되고 있으므로 곧 사회 전체적으로 주목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고 주장한다. 어찌됐든 인문사회과학은 사회 발전에 발 맞춰 변화해 나가고 있는 진행형의 상태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대적 추세는 이러하더라도 인문사회과학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제는 인문사회과학을 어떻게 연구하고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지식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인사모 회원인 청년건대 김희준(문과대ㆍ중문89) 회장은 “인서점은 우리대학 민주화 운동의 공간이었다”고 전하며 “선배들이 간직하고 있는 이 소중한 공간을 후배들을 위해 지켜주고 싶다”고 한다. 윤보람(정치대ㆍ행정3)양도 “인서점 철거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라며 “자주 들리며 책도 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곳이었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침체되어 있는 인문사회과학. 인서점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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