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을 뿐만 아니라, 고유한 대학문화에 의해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민주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1990년대 이후 대학문화는 거의 실종되고 말았다.

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휴대전화가 주도하는 문화가 모든 것을 좌우하고 있으며, 대학생들까지 인기 연예인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세상이 되었다. 대중문화는 무조건 저급하고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상아탑이란 단어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지만, 대학 교정 안에 들어오면 누구나 바깥 세계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끼는 것처럼, 대중문화와는 구별되는 대학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한벌에 무언가 다른 것이 일감호 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장한벌을 뒤흔들어 무수한 원성을 사고 있는 풍물패가 건대만의 고유한 대학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동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축제와 행사 역시 대중문화의 상투적인 재판이라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려운 것 같다. 대학문화는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선구적이고 때로는 불온해야 한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마리화나를 피우며 성의 자유를 부르짖던 히피들 그리고 유신독재의 시퍼런 서슬 밑에서 꽹과리를 치며 판소리를 부르던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창출한 문화가 바로 그랬다. 문화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장한벌에서는 축제와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쉬운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건대만의 고유한 대학문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대학은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곳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문화활동으로 꿈틀거려야 한다.

또 우리대학이 진정한 명문사학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도 ‘건대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어떤 제국보다도 포악하게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대중문화에 맞서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전율하게 만들 ‘건대문화’의 씨앗을 장한벌에 뿌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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