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치료란 무엇인가?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란?

원예치료란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하여 인간의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이로 말미암아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고 녹색의 쾌적성(green amenity) 및 환경회복을 얻고자 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원예치료는 기존의 원예나 현대 의학적 치료와는 구분되는 특징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원예가 식물을 대상으로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원예치료는 식물을 이용하는 원예활동을 통해 인간 심신의 재활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현대 의학적 치료가 표적세포(target cell)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집중적이고 병징 중심의 치료라면, 원예치료는 원예활동(activity)을 통해 재활, 경감, 복원, 갱생 등을 목표로 하는 예방치료 일뿐만 아니라 전인치료(holistic healing)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원예치료는 식물, 즉 살아있는 생명을 매개체로 하는 치료이다. 대상자가 식물의 생장, 개화, 결실 등의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무생물과는 다른 교감을 가지며, 대상자의 행동과 관심에 따라 식물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자부심을 갖는 등 식물과 대상자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특히 장애인들은 주위의 돌봄을 받아왔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직접 식물을 돌보고 키워 수확물을 얻으면서 자신도 다른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꽃을 자르거나 눌러 말리는 등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게 되지만 그런 행위가 단순한 생명파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꽃, 누름꽃, 열매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창작품을 만들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파괴적인 창조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원예치료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원예나 농경 활동이 치료적으로 이용된 최초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환자를 정원에서 산책하게 한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식물과 원예활동의 치료효과가 밝혀지면서 18세기경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예치료가 발달하였다.

 처음에는 정신장애자를 수용하는 시설에서 농경작업의 하나로 실시되다가, 상이군인의 재활이나 직업훈련에 원예가 도입되었고, 그 후 응용범위가 병원의 재활치료 뿐만 아니라 직업훈련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에 원예치료사 강좌가 최초로 개설되었고, 그 후 1987년에 미국원예치료협회(American Horti- cultural Therapy Association; AHTA)가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7년 11월에 한국 원예치료연구회가 창설되었고, 2001년 6월 9일 한국원예치료협회(Korean Horticu-ltural Therapy Association; KHTA)가 창립(회장=농축대 원예과학 손기철 교수)돼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200 여명의 원예치료사가 배출되어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예치료의 대상과 활동분야

원예치료의 대상은 정신적·육체적 장애인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 정년 퇴직자, 고령자 등 정상인도 포함된다. 따라서 치료사는 다양한 대상자에게 적합한 치료적, 직업교육적, 사회적 혹은 여가적 목적을 계획하여 대상자에게 알맞는 치료를 행하게 된다.

원예치료사는 원예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원예 분야 외에 정신의학, 재활의학, 사회학, 간호학, 심리상담학 등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자에게 원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원예치료의 목적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원예치료사의 자격은 원예치료사 2급, 원예치료사 1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예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원예치료협회가 인정하는 각 대학의 사회(평생)교육원의 원예치료사 과정을 이수하거나 대학원의 원예치료전공을 수료한 후 일정시간 원예치료의 임상경험이 있어야 한다.

원예치료사의 활동분야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대표적인 분야는 노인(치매, 허약노인) 보호시설(주간보호센터, 노인복지관, 실버타운 및 요양원), 정신보건센터 및 정신과 관련기관(보건센터, 보건소, 정신건강센터 등), 정신지체 관련기관, 종합병원(재활의학, 정신과 등), 교육기관(직업훈련소, 사회교육센터, 일반학교, 특수학교 등), 기타(양로원, 고아원, 보훈원, 교정기관 등) 등이다.

■원예치료의 미래

원예치료는 그 특성상 원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심리학, 정신의학, 예방의학, 간호학, 재활의학 등 타분야에 대한 지식 없이는 사람을 치료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원예치료적 학문의 발전 뿐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ies)가 지속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문적인 원예치료사를 양성하고, 풍부한 임상실습을 통해 원예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학문적 연구를 통해 원예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산물들 즉, 공해, 수질오염, 쓰레기, 도시의 범죄, 녹지의 감소, 정신과 육체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질이 항상 위협 받고 있다. 의식주가 삶의 전부가 아닌 현대인에게 있어서 원예치료는 식물의 녹색과 동행하는 삶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치료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며, 녹색의 쾌적성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올바른 환경관 이해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손기철 (생환대 원예과학과.교수/한국원예치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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