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낮병동의 원예치료 수업시간을 찾아서

뇌졸중이나 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편마비 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이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강북구 수유 5동에 위치한 국립재활원의 낮병동에서는 각종 의료재활프로그램이 행해지고 있다. 그 중 새로운 치료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예치료가 매주 화요일 늦은 1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수업의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5일 조문경(일반대학원 원예과학과 석사 3학기)양과 김소희(일반대학원 원예과학과 석사 2학기)양이 선생님이 되어 진행하는 낮병동의 원예치료 수업시간을 찾아가 보았다. - 편집자 풀이 -

낮병동은 예쁜 벽화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풍선들, 녹색 칠판, 사물함 등으로 동심을 만끽할 수 있는 아담한 유치원 교실 같았다. 수업 십분 전,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2명의 선생님이 분주히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1시 30분, 50∼60대의 노년층인 총 6명의 환자들에게 조문경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원예치료 수업은 시작되었다.

오늘의 수업주제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달 장식품을 만드는 첫 시간. “크리스마스하면 무엇이 떠올라요?”라며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환자들은 학생이 되어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에요”, “흰 눈”, “하얀색”이라고 답변하며 수업은 진행되어갔다.

오늘의 수업은 하얀색 스티로폼 공에 조화(造花)로 장식을 하여 예쁜 장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선생님은 환자들에게 조화 윗 부분의 꽃을 빼라고 시켰다. 다들 불편한 손이지만 그것을 사용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 어느새 재활치료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에 조문경 선생님은 “불편한 손이라고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퇴화된다”며 “치료과정에서 자주 손을 사용하게끔 유도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치료시간에는 보호자도 함께 참여하여 환자의 치료를 지켜보며 도와줄 수 있다. 그 다음 과정인 조화 뒷부분의 구멍에 3㎝가량으로 잘라진 철사를 꼽는 경우, 환자인 남편이 한쪽 손으로 철사를 꼽을 때 부인이 남편의 불편한 한쪽 손을 대신해 자신의 손으로 받쳐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부부간의 애정도 돈독히 할 수 있어 치료 이외의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불편한 손이지만 다들 멋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위해 부지런히 손길을 놀렸다. 환자들은 꽃의 철사 끝에 본드칠을 해서 스티로폼에 꽂았는데 특히 “예쁘게 잘 꽂으셨네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에 다들 사기가 올라가는 듯 더욱 열심히 만들었다. 또한 큰 꽃, 작은 꽃을 이리저리 꽂아보며 나름대로 조화로운 꽃송이를 만드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전 수능을 치룬 수험생들의 불타는 학구열이 떠오른다.

 어느새 수업도 막바지에 이르러 작품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리본을 골라, 만든 작품의 끝에 매어 마무리하니 한결 돋보였다. 한 환자는 리본 하나로 달라진 작품을 보며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이름표를 달면서 자랑스러운 듯 빙긋이 웃음짓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환자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치료야말로 진정한 치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벌써 1시간의 짧은 수업시간이 끝났다.

이번 원예치료 수업과정을 지켜보면서 원예치료는 이제 치료의 개념을 넘어 작품을 만드는 하나의 창작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료의 개념을 넘어 치료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원예치료야말로 성공적인 치료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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