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며 떨어지는 낙엽은 나를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게 합니다. 지난날이 아름다운 건 추억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기 때문이라는 그 누구의 말처럼 한 사람을 알고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듯이 흔한 일이지만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과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잊혀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 기억들이 그대로 추억 속에 머물러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가끔씩 생각이 나곤 합니다.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이 날 때마다 난 할머니의 다락을 생각하면서 미소짓곤 합니다. 할머니께선 손주들이 찾아가면 항상 다락에 올라가 무언가를 꺼내오시곤 하셨습니다. 음식이며 과자, 때론 옷이며, 장난감… 항상 난 그 다락 안이 너무나도 궁금하였고, 언젠가 할머니 몰래 올라가 묘한 기분을 느끼고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올라가 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할머니께서 다락에 올라가실 때면 난 항상 작은 흥분을 느끼곤 했습니다. 오늘은 또 뭐가 다락에서 내려올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할머니 댁을 찾아간 손주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니 할머니께서는 다락으로 올라가 손주들을 위해 장난감을 가지고 내려오시곤 하셨습니다. 해가 갈수록 나는 좋은 장난감들도 많은데 할머니는 왜 하필 이렇게 오래된 장난감들을 계속 가지고 계시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주들의 손때가 묻은 장난감을 내려 주시는 것이 할머니의 작은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철모르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자꾸 생각나 슬퍼지기도 합니다. 그 시절 할머니께선 다락을 잡동사니 창고처럼 때로는 보물창고처럼 사용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락에서 물건이 하나하나 내려 올 때의 그 작은 흥분들을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지만 그 기억들은 나의 생각들을 성장하게 했고,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지금처럼 아파트에서만 지내온 아이들이 많은 요즘, 과연 그들이 다락의 추억을 이해할는지…

지금은 혼자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는 그 다락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면 할머니의 다락이 생각나곤 합니다.

황미현(문과대 영문.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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