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창사랑

이번 호부터 건대신문에서는 ‘대학생들이 낡은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정치참여를 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학생들이 대선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주에는 각 정당을 지지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바로 이회창 지지자였다. 독자들 중에는 지난 9월, 우리 대학에서 열렸던 대선토론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패널은 총학생회,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사회당 학생위원회였다. 한나라당 지지자와 노무현 지지자는 나오지 못했고 토론회는 자연스럽게 소위 진보정당의 정치권 진입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했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대선토론회가 열렸고 그 때마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사람, 즉 ‘창사랑’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이는 몰매를 맞았다. 9월의 대선토론회 역시 섭외는 했으나 나오지 못했던 이유가 아마도 그런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창사랑(필자가 만난 이회창 지지자를 창사랑이라고 하자)은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회창을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 사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마다 이회창 지지율은 10%가 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필자는 창사랑을 어렵게 찾아야만 했을까. 그리고 창사랑은 왜 다른 정당 지지자들과의 토론을 끝내 거절했을까.

두 번째 이야기 - 단선

지난 4일 16대 총학생회 후보 등록을 마쳤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단선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학내에서는 좀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그것을 총학생회가 수렴한 후 더 나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해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는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봐야 알겠지만, 대중적 지지기반을 얻지 못한다면 총학생회의 사업은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게 된다.

총학생회가 사업을 잘하든 못하든, 그것을 떠나 그들만의 사업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년 후보가 또다시 자주적 단독 후보라는 점은 대중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브레이크가 없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 이야기-그래서?

창사랑과 단선. 결국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대학 내부의 토론 부재 현상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대화는 예정된 싸움에 불과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그것도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논리적으로 토론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은 암울하기까지 하다. 공개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건강한 대학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이번 36대 총학생회 선거는 ‘창사랑’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한층 성숙한 선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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