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오봉석 정책부장 인터뷰

지난 11월 23일 정부여당에 의해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아래 비준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농업인 지원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이 협상안은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반대’ 집회부터 ‘홍콩 도하개발아젠다(DDA) 각료회의 무산’ 원정시위까지, 이들의 분노는 들끓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 350만 농민들이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시위를 하고 있는지, 12월 29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오봉석 정책부장을 만나 들어봤다.

▲ © 김봉현 기자

△지난 11월 15일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시위도중 다친 농민 2명이 사망하기도 했는데 개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달라.

당시 집회는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던 ‘비준안 통과’ 저지를 위한 집회였다. 전국의 각종 진보단체들이 참가한 이 집회에서는 근본적인 농업 회생과 식량주권 사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23일 비준안이 통과됐다.

제대로 된 ‘영향평가’ 한번 실시되지 않은 이번 법안은, 엄연히 정부여당의 날치기식 통과이다. 또한 이날 집회에 참가한 농민 2명이 경찰의 강경진압에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군사정권에나 있을법한 일들이 대한민국 국회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94년 최종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후 우리나라 정부의 농업정책 기조는 ‘개방농정’이었다. 이는 우리 농업을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운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에 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섣부른 정부의 농업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갔다.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인 농업경쟁력 제고정책이 아니라, 단순히 폐가한 농가에 조금 보상하는 미봉책이었다. 그리고 지원금 규모에서도 수십조원이나 되는 돈을 농업 지원정책으로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투자된 돈은 고작 수조원에 불과했다.

식량안보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의 식량 자급률은 약 25%인데 그 중 쌀이 약 2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만약 외국의 쌀이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그야말로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세계화와 국제무역을 외치는 미국과 유럽도 자국의 식량 자급률은 100%를 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렇게 낮은 식량 자급률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전국의 350만 농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정부에게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농업 회생 정책을 바라고 있다. ‘시민단체ㆍ정부ㆍ국회 3자간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에 맞는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말이다. △양곡정책 개편으로 쌀값 안정 및 수급정책 도모 △식량 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농가대출금리 인하 등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은 정부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정부는 닫혀있는 대화의 창을 신속히 열어야 한다.

▲공공의 적? 자난 12월 28일 경찰청 앞 집회에서 김우현 민주노동당 기획조정실 부장이 '공'권력의 '공'갈에 쓰러지고 말았다 © 설동명 기자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 나갈 것인가?

올해에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개방농정’ 정책을 계속해서 알려 나갈 것이며, 식량주권 사수를 위해 힘쓸 것이다. 또한 남쪽의 남아도는 쌀로 북쪽의 부족함을 메워 나가는 통일농업의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농산물은 결코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식량 주권은 곧 국민의 목숨으로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경제 논리로 풀어가려 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공세에 대해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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