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초록이 짙은 차밭을 뒤로 하고 벌교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보성 차밭에서 읍내를 거쳐 30∼40여분 정도 가면 벌교가 있다. 그곳에 가면 분단 이후 참혹했던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집대성하고 있는 소설 『태백산맥』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이야기의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우리 아픈 역사를 함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중심 무대가 바로 소읍 벌교다. 벌교는 아직도 당시의 면면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조정래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무렵까지 살았던 기억에 의존해 소설을 완성했기 때문에 현실의 벌교가 소설 속에서 완벽하게 재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염상구의 주 활동 무대였으며 빨치산들의 시체와 염상진의 시체가 효시된 벌교역사, 벌교 유지들이 주로 이용하던 고급 요정 ‘남원장’, ‘소화’의 애인 정하섭의 집인 ‘정도가네’, 염상구가 벌교의 주먹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결투를 벌인 장소로서 벌교천 위로 가로질러 놓여있는 철로 ‘철다리’, 김범우네 집, 홍교, 소화다리, 현부자네 집, 중도방죽, 금융조합 등 책에서 보던 그대로다.

보성 벌교는 배반의 역사 한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소설 속의 무대를 둘러보면서 우리 가슴 한켠에 남아 있는 굴곡된 역사의 한과 아쉬움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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