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때는 1998년부터였다. 클린턴 성추문 사건 보고서는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1년 반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라고 밝혔다. 빙 돌려 말하는 ‘부적절한’이 연상시키는 '그것'으로 인해 ‘부적절한’은 지금도 사랑받는 단어가 됐다.

스크린쿼터 논란에도 ‘부적절한’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웹진뉴라이트닷컴>에 걸려있던 쌀과 영화의 부적절한 만남!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이들의 만남을 부적절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단순하고도 명쾌한 저 한마디. 이제 저 ‘부적절함’의 부적절함을 까발려 본다.

“부적절하다!”를 촉발했던 것은 2월 17일 열린 ‘쌀과영화’ 집회에서 농민들에게 큰 절을 올린 영화배우 최민식씨다. 지난 3일 광화문에서 만난 최민식씨는 “내가 절을 한 이유는 FTA의 같은 피해자임을 알았고, FTA가 옳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최민식씨가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FTA 협상을 빠르고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걸림돌 2개(쌀, 영화)를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감독 김경형
“왜 미국은 한 나라의 영화정책에 대해 10년 동안 왈가왈부하는가?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국장 최영재
“상품으로 거래될 수 없는 식량주권과 문화주권을 한-미FTA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연대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김황경산

▲ © 윤태웅 기자

이쯤 되면 이들의 연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사람이라도 한-미FTA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영화인과 비 영화인이 연대하는 것은, 원인(미국과 한-미FTA, 나아가서는 부시와 신자유주의)과 결과(쌀 시장 개방, 스크린쿼터 절반 축소)만이 아니라 미래(식량주권과 문화주권, 다국적자본에게 이양)가 같기 때문이다.

이런 당연한 움직임에 보수언론들이 거품을 물고 나오는 것은 쌀과 영화의 연대를 신호탄으로 예술ㆍ학술ㆍ미디어분야까지, 빼앗기는 자들의 연대가 공고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영재 사무국장은 “기득권층과 보수언론의 반응은 이런 연대에서 오는 파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기획생산을 위한 사전여론조사에서 우리대학 학우들은 여기까지는 생각을 못한 듯 하다. “영화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라고 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뭉치는 것 아니냐?”는 것은 초점이 어긋났다. '스크린쿼터' 나무만 보고 '한-미FTA'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보면 한-미FTA를 볼 수 있고, 한-미 FTA를 보면 쌀 시장 개방을 볼 수 있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복잡한 지금의 흐름은 한-미 FTA라는 큰 틀에서 사안을 보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설동명, 윤태웅, 추송이 기자, 홍대신문 김중렬 기자

글 : 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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