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복학생 김정빈(상경대·경제2), 박선미(정통대·전자4)

06학번 새내기들이 장한벌에 입성했다. 의욕과 설렘 가득한 새내기들의 얼굴에서 봄이 다가옴을 느낀다. 장한벌 전체가 새로운 기운으로 생동하는 3월. 장한벌로 돌아온 또 다른 새내기 복.학.생.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들에게 학교는 낯설다. 사람도 환경도 예전과 같지 않다. 새내기도 아니고 재학생도 아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대담 참가자 : 본사 문화부장  김하나(문과대ㆍ국문3) 이하 ‘하’
                     김정빈(상경대ㆍ경제2) 이하 ‘빈’
                     박선미(정통대ㆍ전자4) 이하 ‘선’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정빈군, 김하나 기자, 이지윤 기자, 박선미양. © 윤태웅 기자

하 : 너무 불편해하지 마시고 친구처럼 서로 편하게 이야기해 봐요. 두 분 모두 이번에 복학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휴학을 하신 이유는 뭔가요?

빈 : 제가 재수로 건대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했는데 02학번 친구들이 군대를 가니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1학년 마치고 바로 군대 가서 이번에 2학년으로 복학해요.

선 : 전 4학년 때 제 진로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졸업 작품(아래 졸작)을 준비해야 했어요. 그런데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서 1년 휴학했어요.

▲진로 고민으로 1년 휴학 후 복학한 박선미양. © 윤태웅 기자

하 : 여학생 분들은 휴학 없이 바로 졸업하는 경우가 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선 : 옛날이야 여학생 휴·복학이 흔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흔해요. 또한 1년 정도 자기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부러워하고요. 휴학하는 어학연수 떠나는 친구들도 많지만 전 경제적 여유가 좋지 않아서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회사를 다녔어요. 아무래도 부모님께 무조건적으로 손을 벌리기는 죄송해서요. 사회경험 하면서 꾸준히 어학공부를 했지요.

하 : 아… 그러시군요. 휴·복학 절차 밟으면서 불편한 것은 없나요?

선 : 휴학 절차는 쉬웠어요. 종합정보시스템 덕인지 복학신청도 쉬웠고요. 저는 주위에서 포털 활용법이나 필요한 정보를 듣고 쉽게 했는데, 전역하고 바로 복학한 분들은 힘드셨을 것 같아요. 학교 홈페이지가 여러 가지 구색은 갖췄는데 정확하게 찾아보기는 힘들잖아요. 어떠셨어요?

빈 : 예, 맞아요. 종합정보시스템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학생증 바뀐 것도 몰랐는데 도서관 입구에서 찍었더니 경고음이 울리는 걸 보고야 알았죠. 복학 준비 관련해서 학교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답변해주긴 하지만, 하나하나 알려고 하루를 다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선 : 홈페이지에서 복학생들에게 잘 공지를 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빈 : 일주일 전에 학교 종합 상담센터에서 상담 받고 전과를 결심했거든요. 그래서 행정관에 갔더니 인터넷 신청 기간이 마감됐고, 행정관에서는 전과 업무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1시간 넘게 마냥 서 있었죠. 그랬더니 해주시더라고요. 그러시면서 앞으로 종합 정보시스템을 이용하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전 그때 종합정보시스템에서 그런 업무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하 : 처음 종합정보시스템이 도입됐을 때 재학생들도 헷갈릴 정도였는데 딱히 복학생들에게 바뀐 학교 제도를 설명해줄 공간이 없으니 이해가 갑니다. 얘기를 돌려서, 복학하신 후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네요. 많은 복학생분들이 함께 다닐 친구가 없다는 걱정을 토로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선 : 휴학 전부터 학과 내 학술 소모임 활동을 했어요. 그래서 소모임 친구들도 있고 작년에 복학하신 분들도 있어서 그 점은 크게 걱정되지 않아요.

빈 : 전 자율전공학부로 입학을 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여러 단과대 과목을 수강했어요. 그러다보니 한 학과에 정착해 있지 않아서 아는 선배가 별로 없어요.

선 : 학교생활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으실 것 같아요.

빈 : 네. 1학년 때는 지리학과를 가려고 지리수업을 들어서 이공계열 친구들하고 같이 밥을 먹었어요. 통계학, 경제학 원론 수업이 있는 날은 자율전공 친구들이랑 밥을 먹었는데 전역하고 보니 친구들 몇몇은 학교를 관두거나 연락 두절 상태에요.

선 : 어울릴만한 동기들이 같이 복학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빈 : 그러게 말이에요! 휴, 막막합니다.

하 : 교우관계 외에 또 걱정되는 것이 있으신가요?

빈 : 수업 진도 따라가는 거요. 학점이 걱정되죠.

선 : 제 동기가 3학년으로 복학하는데 비슷해요. 책 샀는데 막막하다면서 학과 진도 따라가는게 엄두가 안난다고 하더군요.

빈 : 어쨌든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은 있죠. 그래서 요즘 집에서 책을 보는데 보면 자요. 걱정이에요.

선 : 그래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열심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성적도 잘 나오시던데요.

빈 : 그런데 이젠 꼭 그렇지만도 않나 봐요. 제가 군대 있을 때 고참 선배가 요즘 복학생들은 내세울 것 없는 힘없는 존재라고 하시더라고요.(일제히 웃음) 다들 열심히 하니까 복학생은 학점에 있어서도 설 자리가 없다면서, 복학생은 뒤떨어지는 패션 감각만 있을 뿐이라고 하시더군요.

▲지난 12월 제대 후 복학한 김정빈군. © 윤태웅 기자

하 : 말씀하신 것 처럼 복학생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뒤떨어진 패션 감각'이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모 개그 프로그램의 복학생 이미지가 왜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비친다고 생각하세요?

빈 : 군대 있을 때 저도 복하생 개그 봤거든요. 뜨끔했죠. 저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요. 하긴, 제가 1학년 때 97, 98학번 형들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 받긴 했네요.

하 : 아, 그럼 예전에 복학생을 보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선 : 전 고학점을 갖고 가는 선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빈 : 여자애들하고만 대화하고 밥 사주시는 일부 복학생 형들이 싫다는 생각이요. 그런데 군대 갔다 오니까 형들이 이해가 되면서 미안해지더라고요.

선 : 솔직하시네요 (웃음)

빈 : 장난이에요. 물론 멋있던 복학생형들도 있었죠. 체육복에 구두 신고 머리도 안 감는 형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선 : 그래도 요즘 복학생 느낌은 예전과 좀 다르지 않나요?

빈 : 예전에는 우리가 어렸고, 이제 우리 친구가 복학생이 되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요?

선 : 하하, 그런 것 같네요.

하 : 그럼 마지막으로 복학 전후에 목표나 계획 같은 것 있으신가요?

빈 : 사회와 가정에 완벽히 적응하는 거요. 그런 일환에서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오늘 끝났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어요. 아르바이트보다 장학금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롬 못 받았지요. 그걸 알아서 이번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복학해서는 1학년 때 못 받았던 장학금 꼭 받는 것이 계획이자 목표에요.

하 : 선미씨는 어떠세요?

선 : 휴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8개월 했어요. 사회 생활을 경험해서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커져서 공부에 열을 올렸답니다. 여세를 몰아 작년 12월부터는 이틀에 한번 꼴로 학교 와서 졸작 준비를 열심히 했죠. 복학하고 바로 졸작 준비하려니 신경이 더 쓰이네요. 굳이 계획이라면 졸작 열심히 하고, 상반기 취업을 노리는 거예요. 졸작 전시회가 11월초 쯤 하는데 그때까지취업 확정이 안 나면 하반기 취업도 힘들어요.

빈 : 어쨌든 군대 갔다 오고 복학하면 공부만 하거나 엄청 달라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갔다 와서 보니 달라진 것 없이 나이만 먹고 이마에 주름살만 늘었네요. 그래도 일반적인 복학생 이미지처럼 되지 않을 거예요. 다방면에서 멋진 복학생이 될 거예요. 재학생들 긴장하세요!

선 : 맞아요. 바짝 긴강하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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