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저항시로 국권상실의 울분과 회복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평택 상황에 80년 전에 쓰인 이 시만큼 어울리는 작품이 없다.

국방부는 평택에 있는 오산비행장과 캠프 험프리(K-6)를 각각 64만평과 285만평 더 확장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확장된 토지를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서 매수하다가 지난 2005년 9월 8일부터는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은 땅 120만평에 대해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의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옳지 않은 정책이다.
먼저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잘못된 정책이다. 과거의 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군은 더 이상 방어를 목적으로 주둔하고 있지 않다. 올해 1월 중순경 우리나라가 한미동맹 협상사안 중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함에 따라, 미군 주둔의 목적이 더 이상 우리나라 방어가 아닌 동북아의 군사개입임이 공식 확정되었다. 따라서 평택 주한미군기지의 확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해외침략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런 주한미군 재배치가 미국의 콘플랜 8022(이란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및 핵무기 사용 계획을 담은 작전 계획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더욱 옳은 정책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남북간 화해의 분위기가 싹트고, 통일의 물결이 조성되고 있는 요즘의 정세에 전혀 맞지 않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편, 주한미군 기지가 확장되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주한미군 기지를 확장하는 것보다 공단이나 대학을 유치를 하는 편이 평택 경제 발전에 더욱 이득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주민의 동의 없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평택 대추리의 노인정에서 만난 서문용(72) 할아버지는 “힘든 시절 밀가루로 연명하며 우리 손으로 지은 농토를 또 빼앗기게 됐다”고 분개하셨다. 이처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한 평생 평택에서 나고 자란 서문용 할아버지 같은 분들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말 정부는 ‘올해도 농사짓자’는 평택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을 외면할 것인가? 평택 주민들에게도 ‘봄’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