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을 방문해 그 집을 알아보려면 먼저 그 집의 현관과 화장실을 살펴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현관 앞에서 마주 대하는 신발의 정리상태, 그리고 화장실의 청결상태를 보면 그 집안 사람들의 품위를 알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인의 품위는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대학’답게 학문을 닦는 도서관과 강의실일 것이다. 답답한 취업현실로 인하여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서관. 하지만 답답한 그 취업현실보다 우리 도서관의 모습을 더욱 삭막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잠시 우리 대학 도서관으로 들어가 보자.

#1. ‘제발 돌려주세요. 그 지갑 선물 받은 거예요. 제발 지갑과 신분증만이라도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lease 형.

#2. ‘나의 가방을 들고 나가는 당신의 모습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큰 소리나지 않도록 조용히 수위실에 맡겨놓으십시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신을 꼭 찾아낼 것입니다’ - 협박형

#3. ‘저는 가난한 학생입니다. 그 전자사전은 제가 4달 동안 조금씩 용돈을 모아 마련한 것입니다. 이 종이도 이면지에 쓰는 것입니다. 돌려주세요’ -사정호소형

도서관입구에도 화장실 벽에도 붙어 애만 타고 있는 종이 쪽지들이다. 집 앞 현관에 너저분하게 벗겨져 있는 신발들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이 도난 사건은 문제의 단면일 뿐이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보다가 자료 사진을 쭉 찢어 들고 나오는 학생들. 걸리면 오히려 큰소리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한다. 열람실 칸막이 사이에서 조용, 조용히 전화하는 학생. 작은 소리로 한다고 안 들릴까? 이 단면 단면들이 현재 우리 건대인의 모습이다.

비록 이런 행동을 하는 건대인들이 많지는 않을 지라도 가장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 내가 아닌 주위를 둘러보고 행동하는 문제를 조금씩 잊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 기본예의의 문제는 강의실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우리 건대인들은 건대가 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학서열에서 십위 밖으로 밀려나서가 아니라 토익 몇 점, 취업률 몇 %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느끼는 ‘건대’ 이미지의 문제가 아닐까? 모든 것이 생동하는 3월. 기본예의를 지키는 것부터 출발해서 도서관에서, 강의실에서 ‘일류 건대인’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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