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감호 가요제’가 열리는 대동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제2학관 앞 노천극장에는 정말 많은 학우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일감호 가요제 1등이 누굴까’가 아니었다. 그 많은 학우들이 모인 이유는 일감호 가요제 초대가수 DJㆍDOC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랬다. 그날 일감호 가요제의 주인공은 가요제에 참가한 학우도 아니요, 응원하러 나온 학우도 아니요, 900만원짜리 DJㆍDOC였다. 학우들은 열광하며 펄쩍펄쩍 뛰었고, 노천극장 나무 바닥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900만원짜리 가수의 힘은 정말 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 협찬사에 학내 거점 몇 곳을 팔아넘기고 돈을 받았다. 마치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SKT컨소시엄에게 팔아넘긴 것처럼 말이다.

대동제 때 기업들에게 학내 공간을 내주는 것과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S컨소시엄에 팔아넘긴 것은 ‘문화와 자본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같은 성격을 띤다. 이동조(대학매거진 ‘씽굿’) 편집장은 이러한 현상을 “자본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서 자본이 문화를 장악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말한다. 문화와 자본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어야 하는데 자본이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문화를 상업적으로 변질시켰다는 것이다.

▲꼭짓점댄스를 추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조끼에도, 무대에도 협찬사의 이름이 들어가있다. © 윤태웅 기자

붉은 악마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수많은 기업들이 붉은 악마를 통해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자 서로 협찬해 주겠다며 ‘협찬 전쟁’을 벌였다. 최후의 승자는 K통신사와 H자동차로, 이들은 각각 현금 7억원과 버스 120대를 붉은 악마에게 협찬해주고 ‘붉은 악마 공식 후원업체’라는 명예(?)를 얻었다. 대신 붉은 악마는 그 순수성을 잃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다. 월드컵 공식 응원 댄스(?)라고 하는 ‘꼭짓점 댄스’ 역시 그 카페가 개설된 인터넷 업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서면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다수의 학우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협찬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진주(문과대ㆍ철학2)양은 “자본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의 협찬이나 마케팅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며 “하지만 행사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기업 협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동제 협찬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외부 협찬으로 받은 돈을 고스란히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동제는 연예인을 보기 위한 행사로 전락할 하고 만다. 장효순(경영대ㆍ경영2)군은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할 대동제가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좋지 않다”며 “외부협찬이나 연예인 없이도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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