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풋풋한 초록 속으로

요즘 녹차의 여러 효능이 알려지면서 녹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사 후 커피나 청량음료 대신 녹차를 마시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녹차칼국수, 녹차갈비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녹차 음식이 나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녹차 팬티, 녹차 미용소금에 이르기까지 녹차의 용도는 그 효능 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렇듯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녹차 재배지로는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삼경 삼보향의 고장 ‘보성’이다. 산과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삼경(三景)속에 예(藝)와 의(義)와 차(茶)를 두고 삼보향(三寶鄕)이라고 하는데, 비옥한 마사토의 땅에다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주암호 덕분에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아서 차가 자라기에 적당한 곳이다. 그래서 1939년 일본인들에 의해 차밭이 본격적으로 조성되어 지금은 전국 최대의 차 생산지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보성에는 8개 정도의 다원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조성된 ‘대한다원’이 유명하다. 이 다원은 30여만평이나 되는 녹색의 평원이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어 수녀와 비구니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가는 011 CF, 영화「선물」, 드라마 「온달왕자」의 촬영지로 이미 TV를 통해 많이 알려져 이곳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낯익은 풍경일 것이다.

그럼 이제 녹음이 짙어가는 6월, 온통 산야가 녹색으로 물들어 어느 때보다 자연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보성 녹차밭을 찾아 발길을 옮겨보자. 내가 다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차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거목의 삼나무가 촘촘하게 뻗어 있었는데 그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어 들어오는 빛은 새벽의 찬 기운을 따뜻하게 덮어가고 있었다.

삼나무 숲길을 조금 더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작은 연못이 있고 이 연못을 끼고 돌면 찻집과 음식점이 있는 건물이 나타난다. 그중 나의 눈길을 끈 곳은 ‘다원쉼터’였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맞추어 하얀색의 단아한 2층 건물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유리로 이루어진 이곳은 다원 안에 있는 만큼 메뉴도 녹차쉐이크, 녹차라떼, 녹차김밥, 녹차아이스크림 등 녹차 원산지에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녹차 밭에서 맛보는 녹차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하는 기대와 함께 아줌마가 건네주는 바삭한 콘에 담겨진 녹차아이스크림을 건네받았다. 아이스크림이 혀끝에 닿는 순간, 입안을 시원하게 적시면서 녹차고유의 단맛과 쓴맛, 떫은 맛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풀의 향기와 함께 새로운 맛을 입안 가득 빚어내었다.

울창한 삼나무 숲 길 뒤쪽으로는 평지에서부터 산록까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층층의 차밭이 있어 산책할 수 있었다. 차밭에 들어서면 수많은 녹차들이 어우러져 내는 그 풀향기가 한가득 밀려오는데 그 상쾌함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눈에 들어오는 차밭을 보는 재미에 힘든지도 모르고 차밭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특히 차밭을 가로지를 때면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안개 속에 이슬을 머금은 찻잎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차밭에서 내려올 때쯤에는 이미 날이 훤히 밝은 뒤라 그런지 올라갈 때보다 초록빛이 한층 더 밝아보였다. 내려오는 길에 ‘녹차방’이라는 팻말이 걸린 오두막에 들렸는데 다음에 녹차밭에 온다면 여기서 꼭 차를 한잔 마셔보기를 권한다. 소박한 다기에 싱싱한 차향을 담아 차를 한잔 마시는 것이 대한다원 여정의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가 될 테니까.

보성 녹차밭은 한마디로 초록빛 세상이었다. 밭 아래로 굽이굽이 펼쳐지는 차밭은 잘 다듬어진 정원수 모양을 이루고 전체적으로는 녹색의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이곳에서 바라본 초록빛은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색깔임을 확신하게 하며, 나의 가슴 속에 희망을 한가득 불어 넣어주었다. 회색빛에 물들여진 우리 도시인들에게 갈망의 대상인 싱그러움과 활력이 넘치는 초록세상, 보성! 이곳에서 그 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가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찾아가, 초록빛 세상을 만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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