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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적 문화, 세상에 대한 도전과 시비걸기이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박영균 (교양학부·강사) | 승인 2006.05.29 00:00

문화는 우리 삶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것은 내 삶에 대한 내 존재의 자각을 일깨우는 실천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대학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진실이 아니라 ‘사랑의 기법과 기술들’이다. ‘사랑’은 일상의 반복을 탈출하는 하나의 자극제이며 마취제이다. 거기에는 두 사람의 온전한 몸이 만나 서로의 존재를 나누는 진실이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진실’을 기다린다. 자신은 사랑을 ‘존재의 나눔’으로, ‘진실의 소통’으로 실천하지 않으면서 세상이 진실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세계이다. 거기에는 진실도 사랑도 없다. 다만, 더 풍족한 삶과 더 재미있는 삶, 더 많은 상품을 소유하고 더 가치 있는 상품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이 없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더 편리한 생활을 꿈꾸는 ‘기술적 욕망’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짓된 표상과 상상, 거짓된 욕망들을 통해서 우리를 상품들의 포로가 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일상성’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이 창조적이고 생동적인 삶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화된 문화들, 예술들은 재미와 대중성을 들먹이면서 대중들에 영합하고 대중들의 사유를 마비시키고 ‘상품’과 ‘돈’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 여기서 대중문화는 우리 일상의 비루한 삶을 잠시 잊게 하고 망각 속에서 ‘시간을 죽이’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은 마약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적 실천들, 양식들은 일상을 파괴하고 삶을 구속하는 모든 것들을 비딱하게 바라보도록 만들고 내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브레이트는 ‘일상’과 우리를 단절시키고 ‘내 존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낯설기 하기’라는 기법을 썼던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삶을 낯 설은 것으로 바꾸어 우리 일상을 파괴하는 것, 그것은 저항적 문화의 실천적 양식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두 번째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거나 액션 영웅들을 창조하거나 미학적 기법들의 세계로 대중을 흡수하는 문화는 자기 스스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진실을 은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가상현실이다. 오늘날 세계는 ‘속도의 세계’이며 ‘시뮬라시옹’의 세계이다. 이와 같은 문화적 양식들은 깊이 있는 관계를 해체한다. 속도의 엑스터시는 우리가 머무르는 것을 방해한다. 체류하지 않을 때, 대면하는 관계는 깊이를 가질 수 없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면서 만나는 풍경과 특정한 자리에 머무르면서 호흡하는 풍경은 다르다.

인간의 관계도, 학문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머무름이 있어야 한다. 그 머무름은 지루하며 때론 따분하다. 따라서 그것은 결코 ‘재미’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형성되는 문화는 접속의 문화와 비주얼의 문화를 만들어 놓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위에 현상하는 세계는 강한 휘발성을 가진 세계이다. 속도는 이 휘발성 위에서 빠르게 모이고 흩어진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머무름’이 없다. ‘머무름’이 없으며 그 만남에는 진실이 있을 수 없다. ‘접속’은 흐름의 연속일 뿐이다. 따라서 사유가 없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것은 ‘환영’들일 뿐이다. 그것은 흐름의 표상들, 표면들일 뿐이다.

따라서 세상에 시비를 걸고 일상을 파괴하는 낯설음의 실천 속에서 새로운 사유의 실천이 촉구되어야 한다. 신변잡기에 대한 잡담과 대중연예인들의 이미지 창조를 통한 상품화는 우리의 삶을 망각하도록 만들 뿐이다. ‘삶이 우리를 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파괴되고 어떤 권력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삶을 속이지 않으려면 세계에 대한 우리의 만남은 진실해야 하며 그 만큼 깊이가 더해져야 한다. 세상을 풍자하고 조롱하며 모순을 드러내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자명하다고 믿는 믿음들,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문화적 실천이 되어야 한다.

 

 


 

박영균 (교양학부·강사)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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