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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 한국인의 수면제
최준민(상경대ㆍ경제3) | 승인 2006.06.12 00:00

축제는 시작됐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놀이'를 손꼽아 기다려온 수십억 지구촌 사람들은 이제 눈과 귀를 독일로 향할 준비만 하면 된다. '전 대회 우승국' 브라질의 통산 6회 우승달성과 대한민국의 선전 여부에 관심의 초점이 몰려있다. 그러나 2006 독일월드컵이 있을 한 달 동안, 우리가 챙겨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우선 토고전이 열리는 6월 13일은 4년 전 여중생 효순이와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날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효순이와 미선이의 기일이 돌아온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월드컵은 민간인 학살로 부터 기지촌 '양공주'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주한미군에 의한 피해자들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끈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인하여 생존권의 위기를 맞은 시각장애인들의 투쟁도 점점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  5월 25일 헌재 판결 직후부터, 매일 마포대교에서 집회를 벌여 온 시각장애인들이 한강물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듯 하였으나, 때마침 몰려온 '월드컵 쓰나미'에 쓸릴 분위기다.

한미 FTA는 또 어떤가. 매일 매일 '금성에서 온 미국, 화성에서 온 한국'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FTA 협상테이블에 월드컵만큼 관심을 두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FTA라는 타이틀에 비해,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협상기간동안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더 FTA를 알게 되겠는가. 그 외에도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저지를 위해 21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경우 파업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평택사태'의 경우 후속보도가 끊긴지 오래라 사람들의 뇌리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6월 12일에 우리대학의 새로운 총장이 선출된다는 사실을 아는 학우는 호나우지뉴 못지 않은 외계인일 것이다.

그래도 학우들은 14일부터 기말고사의 공식적인 일정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일주일 남짓한 기간이 지난 4개월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7월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 돌아올 '알파벳 몇 글자' 만큼, 31일간 지구 반대편에서 펼쳐질 '공놀이'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다른 여러가지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불과 보름 전에 확인하지 않았던가. 이 신문을 읽고 있는 대부분은 여의도의 양복 입은 대부분을 울고 웃길 '실질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준민(상경대ㆍ경제3)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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