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붉은 악마입니까?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당연히 붉은 악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특별나게 활동하는 것이 없으니 난 붉은 악마가 아니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대학 학생회관에서 실시한 스티커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당신은 붉은 악마입니까?"라는 질문에 ○를 선택한 사람이 167명, ×를 선택한 사람이 193명으로 설문에 참여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나는 붉은 악마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붉은 악마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48,396,208번째 붉은 악마로 자동가입 되는 요즘에 '나는 붉은 악마가 아니다'라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그 이유를 항상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려는 '젊은이들의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젊은이들에게 붉은 악마는 이미 식상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축구를 사랑해서 자발적으로 모인 초기 붉은 악마의 이미지는 퇴색해 버렸고, 대기업의 제대로(?) 된 후원을 받으며 붉은 악마는 이제 하나의 '권력'이 된 것이다. 붉은 악마는 너무 커졌고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신이 붉은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붉은 악마가 응원문화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연대 정책실 활동가 김완씨는 "붉은 악마는 이미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로 인해 다른 응원 세력의 존재가 차단돼는 결과를 나았다'며 "붉은 악마가 법인이나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후원금 관리 등을) 견제할 기구가 없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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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정말로 축구를 사랑해서 이렇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일까? 김헌식씨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승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응원한다"고 말한다. 정말 우리나라의 응원문화는 승리와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축구에 관심이 없어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한다고 하면 일단 응원을 나가고 본다. 미디어 역시 이런 전체주의와 민족주의를 조장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응원문화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발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남들이 다 시청 앞 광장에 모이니까 나도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남들이 다 빨간 티셔츠를 입는다고 나도 꼭 빨간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다. 문화는 다양해야 한다. 응원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내 나름대로의 월드컵'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