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장인물 소개-
KT사업자 : 키티
인터넷 전문가 : 다알아
대학생 : 이대로
방청객 : 지켜봐
사회자 : 아무개
                                                                                                   

아무개 : ‘10분 토론, 대학생을 말한다’의 아무개입니다. 오늘은 ‘인터넷종량제 실시, 우리를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KT의 ‘키티(KiTty)’씨와 인터넷 전문가 ‘다알아’씨, 대학생 ‘이대로’ 씨가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동 : 안녕하세요.


아무개 : KT가 인터넷종량제 시행을 거론하자, KT측의 부실한 시행 근거와 비싼 요금을 비판하며 네티즌들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인터넷종량제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종량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종량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우선 키티씨.


키티 :  인터넷종량제는 쓴 만큼 요금을 내는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 상위 5% 사용자들이 많이 줄어들어 인터넷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인 자금을 통해 설비 투자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  전문가들은 상위 5%의 주적을 만들어 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설령 종량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다 트래픽 사용자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트래픽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업체가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문제인데 고객들에게 그 비용을 물리다니요. 낙후된 설비를 위한 투자비를 줄인데서 기인한 문제를 고객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알아 : 인터넷종량제를 실시하려는 숨은 목적은 주주들의 이익을 더 늘리고 추가 이익을 내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언론에 공개된 KT의 ‘메가패스 사업 경제성 분석’이라는 내부문건에 따르면 KT는 흑자기업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매출은 2003년 1조8,890억원에서 2004년 2조2,51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08년에는 2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대로씨가 말씀하셨듯이 매년 투자비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보니 이익은 매년 늘게 되는 것이지요. 패킷 단위로 끊어서 쓴 만큼 낸다고 하지만, 부른 배를 더욱 불리려는 기업의 종량제는 서민들에게 부담스럽게 작용할 것이 뻔합니다.


이대로 : 만약 그렇게 된다면 리포트를 쓰거나, 종합강의시간표를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마냥 접속해 있을 수 없겠군요. 올해부터 없어진 종합강의시간표 책자를 학교에서 다시 발행할지도 모르겠어요. 거대한 트래픽을 사용하는 인터넷 강의는 엄두도 못 내겠고요. 불법 스팸 광고만 하나 뜨더라도 트래픽이 얼마입니까? 가슴이 덜컹 할 것 같네요. 친구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데, 큰일입니다. 누가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겠습니까?


다알아 : 전화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던 10년 전처럼 시간에 쫓기듯 써야겠죠. mp3 한 곡을 받는데 1시간이 걸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보다 속도는 향상돼서 빨리 받을 수는 있겠지만 트래픽을 많이 사용했으니 청구되는 요금은 장난이 아닐 겁니다. 공유 사이트에서 받는 것보다 CD를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개 : 아, 방청석에서 의견이 들어왔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지켜봐 :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지켜봐 입니다. 인터넷종량제에 반대하지만, 이대로씨나 다알아씨 말처럼 꼭 나쁜 점만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후 도서관에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 인터넷종량제 후에 리포트에 쓸 자료를 찾거나 책을 읽으러 지금보다는 자주 찾을지도 모릅니다. 한 반 전체가 인터넷에서 긁어 와 똑같은 리포트를 내는 웃지 못할 일도 줄어들겠지요.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지구 반대편도 갈 수 있는 늘어지게 편한 세상에 길들여진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겁니다. 또한 저작권 문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해결책이 될 것 같기도 해요. 공유프로그램이나 대용량 파일을 사용하는 것은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니 사용이 줄어들 테니까요. 불법 소프트웨어의 난무도 막을 수 있겠군요.


이대로 :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 보셨나요? 인터넷에는 많은 정보가 이미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오겠죠. 그렇지만 인터넷종량제로 요금이 오른다면 잘 사는 사람에 비해 돈 없는 사람들은 정보 접근이 힘들어집니다. 정보의 빈부격차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하물며 PC방의 요금도 오르지 않겠어요? 종량제 여파로 학교에서조차 인터넷 사용이 많이 제한되거나 등록금이 더 오른다든지 추가 이용료를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니, 저 같은 대학생들의 인터넷 사용은 무척 힘들 겁니다.


키티 : 모르시는 말씀. 인터넷종량제의 대상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한정됩니다. PC방이나 학교, 회사 등에서는 사용하는 전용선은 대상이 아니죠. 전용선은 서비스를 신청한 사업자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망이 초고속 인터넷과 다를 뿐 아니라, 보안 솔루션이 더 강화된 값비싼 특수 서비스죠. 학교나 관공서의 경우는 초고속 국가망이라는 특수한 망을 사용합니다.


이대로 : 왜 전용선만 인터넷종량제의 대상에서 빠지는 겁니까!


키티 : 1,200만 명에 육박하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들이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전용선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저희 관할이 아니라 전용선 사업자의 몫입니다.


다알아 :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전용선 사업자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트래픽을 이유로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종량제를 실시하려는 것일까요? KT는 최대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영기업입니다. 장사가 되려면 시장이 커야겠지요. 따라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종량제를 시행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비교적 시장의 규모도 작고 까다로운 거대 전용선 사업자들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죠.


이대로 : 이래저래 일반 대중들만 기업의 이윤논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시행된 후에도 마찬가지죠. 일반인들은 의견을 게재하고 토론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좁아질 테니까요. 등록금 인상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 참가자 모으기는 더욱 힘들어지겠네요.


아무개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더 이야기 나누실 것이 있으시겠지만 시간이 다 된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군요. 인터넷종량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종량제에 대해 토론하며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은 훗날 올바른 결정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나와 주신 패널 여러분과 방청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자문 :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
비씨파크 박병철 대표, 월간 네트워커 편집국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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