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방학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진 학교를 보니 학교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방학동안 거의 매일 학교를 나온 필자에게는 방학 때 학교가 잠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래도 대학본부는 돌아가고 있다).

그중 단연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곳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다. 각 단과대 및 자치기구의 학생대표자들이 모여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중운위는 방학에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학생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임에도 말이다.

물론 중운위를 열려고 했던 적은 한두 번 있었다. 지난 8월 2일 오랜만에 중운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중운위 성사에 대한 희망을 갖고 취재를 하러 늦은 6시 총학생회실에 갔다. 하지만 곧 희망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19명의 위원들 중 겨우 3명만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자들도 학생이고 각자 개인적인 방학계획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운위에 오지 않는 것은 대표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방학이라고 자신의 책임까지 저버려야 되겠는가.

이번 방학에는 중운위원들이 논의해야 할 중요한 사업들이 많았다. 특히 공간문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상허연구관으로 옮긴 상경대와 정치대, 그리고 사회과학관의 경영대까지 학생자치공간 확보를 위한 목소리를 냈고 대학본부와 끊임없이 대립했다. 정통대도 공간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많은 단과대들이 같은 ‘공간’문제를 겪고 있지만, 중운위가 열리지 않아 보다 더 큰 힘을 만들지 못했다.

이밖에도 학우들의 복지와 밀접한 도서관 문제, 새 학생식당 입찰, 스마트카드 도입 등 무수한 일들이 방학에 진행됐다. 하지만 학생대표자들의 불참으로 다양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방학은 중운위가 2학기에 진행해야 할 사업들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2학기에는 1학기에 남겨진 과제인 전학대회 회칙 개정, 오리무중이 된 등록금투쟁, 개정사립학교법시행령에 의거한 우리대학 시행세칙 논의 등 진행해야 할 중대 사안이 많다. 때문에 2학기에 체계적인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중운위에서 미리 계획하고 합의했어야 하지만, 방학 중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2학기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중운위 무산은 비단 방학 중의 일만은 아니다. 필자가 2년 동안 중운위 취재를 해본 경험에 따르면, 등록금 투쟁을 하는 1, 2월부터 5월까지는 대체로 중운위가 잘 모이지만 6월부터 방학을 거쳐 2학기가 될수록 점점 중운위가 흩어진다. 초기 대표자들의 충만했던 의지는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중운위를 먼저 열자고 말해보고, 중운위 안건을 먼저 제안해본 중운위원은 과연몇이나 될까. 중운위는 책임만이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인 책임과 의무로 모일 때 비로소 진정한 중운위라고 할 수 있다. 2학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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