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가 2004년 이후 또 한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9월 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잠시 잊혀졌던 중국의 동북공정 진행과정이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구려사는 물론 발해사까지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드러나면서, 정치계는 대응책 마련과 책임소재 논란으로 달아오르고 있으며 국민들은 동북공정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치밀하게 계획된 동북공정 5개년 계획
 동북공정은 ‘동북 변경의 역사와 현상 연구 공정’의 줄임말로 중국 동북지역의 역대 정권을 모두 중국 소수민족의 역사로 편입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은 지난 1983년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에 변강역사지리연구중심을 설립하고 중국 동북지역 역사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내는 데 힘을 쏟아왔다. 2002년 2월에는 정식으로 동북공정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지난 2004년, 동북공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양국 정부는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구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와는 다르게 중국은 동북공정을 계속 진행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 논란의 또 다른 시작, 백두산 공정
 올해 특히 동북공정이 화제가 된 배경은 중국의 백두산 공정 문제가 동북공정보다 앞서 제기된 데에 있다. 백두산공정은 고조선부터 발해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로 알려진 백두산을 만주족(여진족)의 발상지로 알리고 중국 영토임을 증명하려는 사업이다. 중국은 백두산 일대를 정비하는 한편, 백두산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해 전 세계에 ‘창바이산(백두산)은 중국영토’라고 인식시키려 했다. 2008년에는 백두산을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혀 백두산 공정을 더욱 노골화 하고 있는 실정이다.


◎ 2년 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정부
 올해 다시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 박용준 사무국장은 “동북공정은 실질적으로 중국정부의 예산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동북공정을 중국 지방 정부의 사업으로만 보고 정부차원의 대응은 힘들다고 말해왔다. 2004년 동북공정의 대응책으로 정부가 만든 ‘고구려연구재단’은 2년 만에 해산됐다. 이를 흡수한 ‘동북아역사재단’도 일시적 활동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소치형(정치대ㆍ정외) 교수는 “국가 정책은 지속성과 체계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책은 때우기식이 많다”며 정부의 일시적이고 한 박자 늦은 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 동북공정 반응도 제각각, 그러나 대응은 하나로
 언론은 연일 동북공정에 관해 수십 개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고 국민들은 중국에 대한 비난을 토해내느라 바쁘다. 그러나 정작 학계는 전반적으로 잠잠한 분위기다.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 결과물이 대부분 2년 전의 것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며 연구 방향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박용준 사무국장은 “(중국의 정치적 의도와 백두산 공정을 봤을 때) 2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은 문제가 있다”며 학계의 논리에 반박했다.
동북공정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데 비해 전체적인 대응방향은 일치하는 모습이다. 감정적이고 일시적인 대응은 지양하면서 역사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치형 교수는 특히 “역사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