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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성공을 영화산업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박영균(교양학부 강사) | 승인 2006.09.18 00:00

영화 ‘괴물’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을 써 가고 있다. 개봉 21일만에 백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9월 2일에는 ‘왕의 남자’가 기록한 한국 영화 최대 흥행 기록(1230만명)을 돌파하였다. 이것은 ‘왕의 남자’가 ‘태극기 휘날리며’의 종전 최고 기록을 67일만에 돌파한 이후, 38일만에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록에 환호만 할 수 없는 것은 이와 같은 기록이 전국 좌석수의 68%에 해당하는 620개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 영화의 기형적 구조가 낳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록 갱신이 보여주듯이 한국 영화의 독점 현상은 점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괴물’의 성공에 환호하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성장이 가져올 경제적 부가가치를 계산하기도 하며 ‘괴물’의 싹쓸이를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급성장을 가리키는 지표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다 영화를 경제학적 가치로만 계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부를 창출하는 ‘산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 자신의 자유와 해방을 꿈꾼다. 그것은 부조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고 인간의 내면을 해부한다. 그것은 도덕 이전에 인간 자신의 원초적 욕망과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예술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삶의 가치를 사유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독점화는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이 대중성에 의해 압살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기덕 감독이 ‘관객 수준’을 들먹인 것은 어쩌면 이유 있는 항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했듯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그의 영화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가 쓰레기라면 모든 예술 영화, 또는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는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물론 관객들은 이들 영화가 재미없고 불편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삶을 그대로 그려내지 않고서, 자신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냉정하게 보지 않고 어떻게 참된 자유와 삶의 가치를 꿈꿀 수 있겠는가?

오늘날 관객들은 영화를 현실에 대한 도피와 망각, 자기가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몽환적 대리만족으로 ‘소비’할 뿐이다. 그들에게 영화는 자신이나 삶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기제가 아니다. 영화는 현실보다 더 실재적인 시물라시옹과 극도의 흥분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에 대한 마취제일 뿐이다. 그것이 성공적일 때, 영화는 거대한 부를 생산한다. 대신에 은폐되고 망각되는 것은 내 자신의 삶과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획일적인 가치와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우리네 마음 속에 있는 현실 도피적 욕망, 자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없는 우리의 이중적 얼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영화 ‘괴물’의 성공은 기형적인 한국 영화산업 구조와 백만 돌파의 신기록 경신에 환호하는 ‘일등주의’, ‘승자독식’의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

이제, 독과점을 키운 배급제도와 시장원리에 맡겨 놓는 ‘경쟁’지상적 관점으로부터 유토피아적 해방을 꿈꾸는 예술적 가치라는 관점을 모색해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각기 다양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하듯이 예술 또한 다양성의 보존 없이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자기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관객들의 예술적 취향을 다양화할 수 있고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박영균(교양학부 강사)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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