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까지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역사지리연구중심에서 발표한 18개 연구과제 요약본에 의하면 “한강 유역도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헌법 3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한다’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2004년 동북아시아 고대사를 둘러싸고 한ㆍ중 간의 첨예한 시각차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동북공정에는 중국의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일까?

동북공정은 2002년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역사지리연구중심이 랴오닝ㆍ지린ㆍ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 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동북공정 사무소의 자료를 보면, 중국이 동북공정에 착수한 것은 ‘동북지역 정세의 변화가 중국의 변경지대에 끼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함’ 이라고 소개돼 있다. 즉 북한의 붕괴 혹은 한반도 통일 정권의 출현으로 ‘만주 수복’ 등 영토분쟁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려는 연구인 것이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씨는 동북공정을 두고 “북한지역을 유사시에 미ㆍ러ㆍ중의 공동관리가 아니라 중국의 단독관리를 주장하기 위한 중국의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라며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동북공정을 진정으로 알리고 싶은 대상은 한국이나 만주의 교포들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동북공정은 동북아시아에 머무를 사안이 아니라 세계패권구도라는 좀 더 넓은 형태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또한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과 정치적 의도’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는 소치형(정치대ㆍ정외) 교수는 “80년대 중국이 개혁ㆍ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소수민족을 엄격히 묶어두려 한다”며 동북공정이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한족이 전체의 91.9%를 55개 소수민족은 8.9%에 불과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소수민족이 점령한 땅은 전체의 63.7%에 달하며 만약 이들이 독립을 주장할 시 국가 존립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만주족이 있는 동북공정뿐만 아니라 서북ㆍ서남공정을 통해 티베트ㆍ위구르ㆍ운남ㆍ귀주성 등 소수민족이 분포한 국경지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소치형 교수는 “중국이 최근 30년간 경제호황을 누리다 보니 ‘신(新) 중화사상’에 대한 확신도 가지게 되고,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국경지역을 안정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새로운 강대국 대열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중국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의 주도 아래 지방정부와 학계가 오랜 기간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서 진행하는 동북공정을 이웃나라인 우리나라가 가만히 두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동북공정은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패권국가로 군림하고자 하는 중국의 야심이며, 이는 분명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며 고대사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정치적인 문제 탓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치형 교수는 “고대사 분야는 근대사나 조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밀려 학계에서도 소외받기 일쑤이다”라며 “국가 정체성이 달린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이나 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월 7일에는 국회 역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동북공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초당적인 대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상황이 점차 20세기 초와 비슷하게 주변국들의 움직임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반도 북부를 한편에서는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국민들의 신중하고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가톨릭대 안병욱(한국사) 교수는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는 역사분쟁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한ㆍ중ㆍ일 세 나라는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역량을 쏟아 윈-윈 게임을 벌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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