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약속한 사람들 ③ 여행스케치

9집 음반을 낸 ‘중견 그룹', 특히 대학 노래동아리들이 인기순위 첫손에 꼽는다는 ‘여행스케치'. 중견은 중견인데 생각은 ‘쿨'했고 분위기는 동아리 모임처럼 오붓했다. 89년 12월 첫 앨범을 낸 후 지금의 멤버(이수정, 남준봉, 조병석, 현정호, 이선아씨)로 이어져 올 때까지 ‘여행스케치표' 음악적 색깔을 지켜왔다. 1집 수록곡 ‘별이 진다네'를 좋아하는 팬층이 20대에서 40대까지 폭넓게 배치돼 있는 것도 그들의 말처럼 ‘오래된 가수들이지만 생각만큼은 젊게' 음악활동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공연 등을 하면서 느끼는 이전과 지금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차이를 묻자, 현정호씨가 답했다. “정치 뿐 아니라 대동제를 한다해도 모이는 숫자가 예전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더군요. 아, 요즘엔 크게 모인다는 대동제라는 말도 잘 안쓰고 축제라고 하던데요? 정치에는 더더욱 관심 없겠죠.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현정호씨가 말을 마치자 마자 이수정씨가 이어 답한다. “학교 다닐 때 노래패 활동을 한 적이 있고 학생회 관련된 일도 해보면서 느낀건데, 학생회나 기성정치판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학생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더 확산된 것이 아닐까요?"

다가올 대선에 대한 관심을 물었다. “당연히 높죠. 근데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행스케치 멤버들이 꼽은 대통령상은 ‘캐쥬얼한 옷을 입었을 때 폼나는 사람',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한 사람', ‘국민들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할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

문화를 중히 여기는 문화대통령도 빠질 수 없다. “얼마전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듣고 부럽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현 정부도 문화진흥책을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우리조차 크게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죠. 하다못해 동네마다 있는 시민회관도 대관하기 힘든 현실을 개선하고 열린 마음으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통령이 보고 싶습니다." 대중문화계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줄 기대했지만 실망이 크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수차례 치렀을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남준봉씨가 지난 지방선거를 회상하며 말을 꺼낸다. “선거하러온 사람들이 적어 선거관리인들이 저를 무척 반가워하던데요. 다음 선거에는 모두 참여해서 선거관리인들을 더욱 기쁘게 만들어야죠." 밤늦도록 변치않는 음악이 가지는 소중함과 함께 사는 방법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 친구들을 이야기하던 여행스케치 멤버들 중 맏형격인 조병석씨가 마지막으로 ‘자해론'을 제시하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권유했다.

“누가 자신의 몸에 칼자국을 내면 아프고 화가 나잖아요. 투표를 안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거죠. 우리가 똑같은 음악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듯 여러분도 스스로 주체가 되어 뭔가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투표를 제2의 월드컵처럼 중요하고 재미있는 사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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