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령대,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된 축제가 좋아

우리는 선조들처럼 ‘일상의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웃고 떠들고 콧물, 눈물 흘려가며 놀기 힘들다. 축제라 하면 폭죽이 터지는 어디선가 본 낭만적인 축제가 떠오른다. 하지만 막상 축제 기획단을 모집하면 과제물과 취직으로 바쁜 나와는 먼 일이고 축제가 시작돼도 상업주의 놀음에 질리고 주점일색 프로그램에 ‘역시!’하며 돌아선다. 그런데도 늘 ‘축제’란 존재를 꿈꾼다.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나!

문화연대 유문수 선생은 “축제를 축제답게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은 일제 식민지 통치와 한국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흥미 있는 이유를 제시했다. 일제의 문화말살정책과 동화정책은 우리가 계승ㆍ발전시켜야할 ‘축제’의 상당수를 사장시켰다. 덕분에 일상에서 일탈을 맛보고 어울려 하나 된다는 축제 정신도 대가 끊긴 것이다.

어렵게 전승되던 축제마저 한국 전쟁으로 붕괴됐다. 전쟁은 경제를 폐허로 만들었고, 피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 앞에서 사람들은 물질만능주의에 예속됐다. 경제제일주의 사회에서는 축제가 일상으로 다가오기 힘들다. 즐길 여유도 없고 사회 분위기도 좀처럼 만들어 지지 않는다. 지난 대동제 때 학교를 빠져나가는 학우들은 “오늘 일이 있어서 놀기는 좀 그래요”라고 말하곤 했다. 축제를 ‘등 따시고 배부른’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히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축제는 지친 심신을 달래는 역할로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요즘은 구지 귀찮게 모여서 축제로 심신을 달래지 않아도 될 만큼 오락 문화가 발달했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각자 시시때때로 심신의 피로를 달랜다. 삼삼오오 모여 노래방을 가고 술을 마시고 골방에서 왼 종일 게임도 한다. 변화된 사회 문화는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해내는 축제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사실 우리가 축제에서 잘 놀지 못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축제 때 학우들이 많이 하는 말, “재미없어요”. 왜 재미없을까? 본래 축제의 의미를 살려 꾸려가려는 주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축제 정신은 희미해지고 역할도 퇴색해버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주체가 나올 리 만무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즐기자고 만든 축제인데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놀아야 좋지 않을까? 혼자 노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여럿이 모여 보드 카페에 가도 채워지지 않는 왠지 모를 허전함과 군중 속의 고독. 당신은 축제를 즐겨야 할 운명이다! 전통 축제의 의미를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해 재생산한다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 날의 축제도 ‘일상’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상은 과거처럼 가족생활 중심이 아니다. 학교, 아르바이트, 온라인, 취미모임 등 다양한 일상 공동체가 생겼다. 따라서 속한 공동체가 각기 다른 이들에게 축제 장소를 한 곳에 정해놓고 즐기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온라인상에서도 축제는 가능하다. 장소를 계속 이동하면서 열릴 수도 있다.

과거의 축제는 어린이부터 60대 노인으로 이뤄진 공동체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오늘날은 목적이 분명하거나 연령대가 비슷한 공동체로 세분화돼 축제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에 더 좋아졌다. 이에 김기덕 교수는 “무조건 전체화를 강조한 축제는 매력이 없다”며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개별성이 모여 전체성을 담보하는 축제가 돼야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일상처럼 자주 열리고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문화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참여는 계단식 성장을 한다고 유문수 선생은 말한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투자나 계획을 쉽게 접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축제를 기획하는 공무원이나 총학생회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바람에, 장기적인 축제 기획과 투자가 되지 않아 축제에 뚜렷한 흐름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일상이라고 해서 정말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면 축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시작해 색다른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해 수요일마다 열린 일상문화제가 좋은 예. 생각 없이 늘 지나치는 학생회관 앞에서 신선한 문화 행사가 열려, 발길을 멈추는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시킨 것이다. 

습관처럼 이어 오던 프로그램은 급변하는 사회문화에 맞춰 재기획해야 한다. 단오에 머리를 감았다고 오늘날도 똑같이 하 민속 체험이지 축제가 아니다. 선배 때부터 하던 방식으로 대동제를 꾸리면 틀에 박힌 고리타분함에 진부해지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축제에서 재미있게 놀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축제에 대한 환상은 당신의 한 발짝 더 나간 참가에 의해 현실로 바뀐다. 공급은 수요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놀다가 만 기분에 찜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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