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페스티벌

오늘날의 축제는 전달하려는 주제가 구체적이다. 지난 9월 9일에 시작해 23일 막을 내린 월경페스티벌. 행사 마지막 날 열렸던 ‘노브라 파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축제의 기획과 공연 진행 주체는 상업적 공연의 주체들과는 다르다. 우선 기획을 맡은 ‘불턱’은 여성주의를 알리려는 여성문화기획단체다. 공연 사회를 본 최광기씨도 ‘대한민국 여성축제’ 등 여성주의 행사만 진행하는 전문 사회자다. 그는 23일의 노브라 파티 공연 사이마다 욕설과 은어를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성(性)적으로 무시당할 경우 유쾌하게 대처하는 법’ 등을 화려한 입담으로 이야기해 폭소를 자아냈다.

▲ © 설동명 기자


또한 여성주의 가수들은 공연과 함께 일명 ‘노브라 패션’을 선보이는 등 관객에게 화려한 무대를 선사했다. 노브라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지현씨의 공연과 그의 팬클럽 회장이 보인 응원 퍼포먼스(?)는 축제의 분위기를 달궜다. 또한 여성주의 가요계에서 큰언니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안혜경씨는 커다란 가슴이 과도하게 부각된 장난감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많은 관객들은 그것이 소품이라는 것을 모르고 당혹스러워하더니, 소품이란 사실을 알아채고는 마구 웃기 시작했다.

▲ © 설동명 기자
이렇게 월경페스티벌은 관객들이 여성주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장치를 이곳저곳에 설치해 놓았다. 이처럼 구체적인 주제를 지닌 축제는 일관성을 띠며, 효과적인 주제 전달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큰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이 날 밴드가 공연을 할 때마다 관객들은 뭔가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어색하게 서서 구경만 해야 했다. 이것은 비단 노브라 파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축제는 무대가 있어야지’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됐다. 오죽하면 일방적인 공연 그리고 제자리에서 뛰는 정도의 수동적 반응이 축제를 즐기는 전부로 여겨질 정도다. 과거 축제의 대표적 요소인 ‘다 함께 어울림’을 현대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노브라 선언’ 코너는 직접참가를 유도해야 하는 행사의 기획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코너는 사회자가 여러 개의 브라 종이 모형을 던지면 관객들은 하나씩 주워서 찢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실 노브라 선언은 이 행사의 유일한 관객 참가 코너로 예고돼 다른 공연들을 압도할 것으로 보였으나, 오히려 공연들에 묻혀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홍보의 실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을 수 있다. 먼저 노브라 파티는 장소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대학교에서 행사가 열렸던 작년에 비교하면, 올해 홍대 클럽 행사는 참가자들이 크게 줄었다. 기획자 안톤(불턱ㆍ28세)은 “대중을 기다리기보다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치는 가격부담을 높였고, 장소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등 홍보에 큰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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