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고, 치우며, 치워서, 치우느니라… 쓱싹쓱싹 집안을 치우고 동아리 방을 청소하고 하숙집을 치운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작정하고 더럽힌 것도 아닌데 허무하게도 금방 다시 원상태가 된다. 어머니의 “어떻게 넌 치우면 3일을 못 가냐!”는 질책은 야속하기만 하다. 질서정연하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신경 썼다며 항변해도 소용없다. 달리 변명거리가 없다. 이제 그런 학우들이 있다면 당당히 말하라. “어머니, 제 방이 지저분해진 것은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무질서도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열과 역학적인 일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고, 에너지의 흐름은 어떤지 연구하는 열역학에서 나온 ‘엔트로피(entropy)’는 무질서한 양, 혹은 무질서하게 나아가는 방향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은 어떤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한 정도가 심해지는 방향으로 변한다. 이를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넓은 공간에서는 더욱 증가한다. 자연 환경이 파괴되면서 처음과 다르게 변화하는 것, 죽은 사람의 몸이 여러 가지 물질로 분해돼 흙으로 흩어지는 것, 청소년의 비행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가 혼란스러워 지는 것, 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향수 분자가 더욱 불규칙하게 공기 중에 퍼지는 것 등이 그 예다. 따라서 방이 질서정연한 상태보다 엉망진창일 때 엔트로피가 더 높고, 용납하기 힘들겠지만 질서 없이 지저분한 방이 원래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질서정연한 방을 만드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청소하는데 필요한 에너지(힘)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방을 그냥 놔두는 것은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 없다. 따라서 무질서는 질서보다 훨씬 더 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을 치우는 것은 며칠이 걸렸는데 지저분해지는 것은 금방인 것이다. 집을 지을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부술 때는 순식간이고 옷을 꿰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우두둑 잡아 뜯는 것은 한순간인 것과 같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삶은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엉망진창이 된다. 아무리 엔트로피 법칙이 자연의 순리라지만 그대로 방을 놔두면 에너지쓰기를 더디 하는 게으른 사람이다. 자고 싶은 대로 자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힘이 드는 일은 귀찮다고 회피한다면 무질서의 응집체 ‘폐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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