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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러 부산갔다
건대신문사 | 승인 2002.11.25 00:00

우리나라 제2의 도시, 해운대, 갈매기, 자갈치 시장… 이젠 이런 부산의 이미지를 지워버리자. 영화 ‘친구’, 드라마 ‘피아노’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PIFF)’. 우리나라에서 또 아시아에서 영상문화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부산을 기억하자.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화려한 막이 올라 장장 10일간 영화의 향연이 바다냄새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산을 뜨겁게 달구었다. 영화제 열기가 한창인 저녁 남포동 거리는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거리속에서

거리 한가운데 줄지어 서있는 영화 홍보 부스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야박하지 않고 친절한 부스 안의 인심. “부산 살다보니께 이런 일도 있고 참말로 좋네.” “맞다, 어라, 사진도 찍어주는가 보네∼ 퍼뜩 가서 찍고 오자.” 춥고 북적거려도 축제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그 가운데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포스터만 나부끼는 썰렁한 독립영화협회 부스가 있다. 갖가지 타협과 흥정, 매스컴의 각광, 각종 영화제 초대장으로부터 초연하게 물러나 작은 진실을 위해 작은 카메라를 정조준하는 영화가 독립영화이다. 이제는 진정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지지해줘야 할 때가 아닌가 잠시 생각해본다.

“독립영화가 뭐냐고 시큰둥하게 묻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젠 독립영화가 뭔지를 아는 건지 아님 아예 관심이 없어진 건지 모르겠다”라며 씁쓸하게 말하는 독립영화협회 홍보 담당자의 목소리가 찬 공기의 틈새를 비집고 미세하게 진동한다. 부스 바로 앞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없어서는 안될 명물, 화가 아저씨들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찬바람에 경직된 손님의 얼굴을 뭉뚝한 펜으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뭐 벌려구 하남? 그냥 이렇게 축제에 참여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좋은 거지!”라는 덥수룩한 턱수염에 가려진 아저씨의 미소가 살짝살짝 엿보인다.

 #대영극장 앞에서

Piff 광장 대영 극장 앞 부스에서는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제 출품작의 예고편을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영화가 멋진 나래이터 모델들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내 손안의 영화 세상’이란 제목으로 고개를 든 모바일 영화는 그 작은 화면으로 어떻게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겠냐는 비아냥에도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는다.

매표소 앞에는 화이트 보드에 쓰여진 영화 상영작들의 시간과 표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조차 축제의 흥이고, 원하던 표가 매진되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도 즐거운 박탈감이다. 가끔씩 영화 홍보단이 지나가기도 하는데 때마침 ‘휘파람 공주’와 ‘크리스마스 개봉’이라는 포스터를 든 사람들이 북한 학생 옷과 분장을 한 채 줄지어 거리를 지나간다. 영화제에선 워낙에 홍보전이 일상이라 인파 속에서 그저 휘날리는 팜플렛처럼 묻힐 뿐이지만… 그래도 홍보단은 번잡함 속에서도 심심한 관객이 기다리는 익숙한 작은 이벤트이기에 소중하다.

 번쩍! 갑자기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니 대영극장 로비에 걸린 “머리엔 꽃을 달고 영상물엔 등급을 달고 나도 한때는…”이라는 글이 적힌 피켓이다. 나란히 세워진 6∼7개의 피켓에 빨간 꽃과 이번 영화제에서 ‘전통과 모더니즘의 가교’라는 테마로 회고전을 갖는 김수용 영상물 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위원장 사진이 붙어있다.

"영등위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묵살한 채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는 피켓과 군사정권의 횡포로 52군데나 가위질을 당한 영화 ‘야행’을 만든 김수용 감독의 위원장 직함이 매우 역설적이다. “가위의 상속자, 김수용 위원장의 회고전을 축하(?)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영화관을 들어서는 관객들의 의식을 흔든다. 검열이라는 높은 장벽이 영화를 그저 쉽게만은 볼 수 없게 만드는 영화제의 또다른 풍경이다.

“이번 영화제는 예년보다 확실히 차분해지고 매끄러워진 것 같아요. 자원봉사들도 너무 잘해 주고요. 이렇게 다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자발적인 축제 분위기는 언제나 매력적이죠”라며 영화 한 편을 보고 벤치에 쉬고 있던 관객의 들뜬 입김이 축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축제… 축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묘한 설렘과 희망을 준다. 그리고 축제를 넘어서 서로 모르는 사람과의 정서적 공유를 통한 즐거움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낮에는 영화의 해가 뜨고, 밤에는 영화의 달이 뜬다”는 부산. 오늘도 남포동의 밤거리는 영화의 달이 찬바람에 스치며 영화의 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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