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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을 흐르는 욕망과 우리의 자화상
박영균(교양학부ㆍ강사) | 승인 2006.11.06 00:00

최단 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 노현정 신드롬과 현대 재벌 3세와의 결혼, 전국을 평정한 ‘바다 이야기’, 인터넷을 달군 된장녀-고추장남 논쟁, … 등등. 이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개별적 현상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것들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자화상은 더 이상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이자 박탈당한 욕망이 부르짖는 절규이다.

전국의 상영관을 싹쓸이 하며 진짜 괴물이 되어 버린 ‘괴물’과 온 나라를 도박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바다 이야기’, 그리고 우아한 쇼윈도처럼 포장된 스타벅스와 아웃벡 스테이크까지 사람들은 우르르 한 쪽 편으로 몰려간다. 한국 영화의 성공 신화는 ‘천만 관객’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의 욕망은 ‘바다 이야기’로, ‘파리의 여인’이라는 몽상적 꿈은 ‘노현정’으로, 품위 있는 삶의 가치는 ‘스타벅스’로 표현된다. 여기서 가치는 특정한 이미지들로 획일화되고 고정된다. 최고의 가치는 곧 그가 소유한 돈이거나 ‘명품’ 또는 ‘귀족’이다. 누구나 자본주의 쇼윈도에 화려하게 장식된 최고의 상품을 향유하는 계급으로의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오직 극소수만이 그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그것은 결정되어 있다. 땅투기로 일시에 몇 억을 벌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이 1 억을 벌려면 10여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바다 이야기’는 이런 빈부의 경계선이 고정되어 가는 현실의 토양 위에서 자라날 수밖에 없는 독초였다. 로또며 영월랜드, 카지노 등 대한민국은 ‘도박공화국’이 되었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면 유일한 희망은 ‘행운’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내가 사는 삶에 충실하고자 하지 않는다. 도박은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기회를 제공한다. 어차피 현실에서 나의 욕망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일원이 된 ‘노현정’ 아나운서는 한편으로 선망의 대상이며 다른 한편으로 질시의 대상이다. ‘고추장남’은 ‘된장녀’라고 하면서 소비적 여성을 비웃고 ‘된장녀’는 ‘고추장남’을 통해서 비루하게 살아가는 남성을 비웃는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대결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현실을 성대결로 왜곡하고 은폐한다. 그들은 표피적이며 즉자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욕망을 금지시키고 좌절시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가 없다. 표면적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과 동일한 처지에 있는 상대를 비웃고 폭력적으로 짓밟는다. 따라서 그것은 자신을 뭉개버리는 역설을 낳는다.

어느 날 갑자기 괴물에 붙잡혀 사라진 ‘괴물녀’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그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모든 전리품을 챙기는 영예와 권리를 획득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우리의 이기적 욕망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소중히 여긴다. 성공한 자가 누리는 것이 곧 가치이며 정의이다. ‘싹쓸이’와 ‘우르르 몰려다니는’ 쏠림 현상은 바로 이와 같은 ‘성공신화’와 현실을 망각하는 ‘이미지’들에 대한 우리의 소비 욕망이 만들어내는 괴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이 그려내는 표면을 따라서 만나고 헤어진다. 따라서 문제는 욕망의 표면만을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 자신의 표피적 사고와 만남의 양식들이다.

박영균(교양학부ㆍ강사)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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