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겸 교육 차 매향리에 다녀온 적이 있다. 1955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전용 폭격 연습장이 된 후 반세기 동안 끊이지 않는 소음과 오폭사고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곳이다.

하지만 전 사회적인 관심과 연대투쟁으로 2000년 8월에 육상 사격장이, 2005년 8월에는 매향리 앞바다의 농섬 해상사격장이 폐쇄돼 현재는 폭격의 잔해들만 남아있는 상처투성이의 땅이다. “오염된 땅덩어리를 복구할 일이 남긴 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살기 좋다”고 말하는 매향리의 주민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매향리 폭격장이 폐쇄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군산의 직도로 폭격장이 이전할 것이라는 계획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부와 미군은 직도가 1971년부터 한국 공군이 사격훈련장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민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는 “미군 재배치 계획으로 한반도를 군사기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직도폭격장이전저지를 위한 군산대책위’ 윤철수 활동가는 “직도의 미군 폭격장은 군산과 서해안에 MD설치 등의 군사시설 유치로 이어질 것”이라며 폭격장 이전이 예고하는 전쟁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직도뿐만 아니다.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의 몸살이 서막에 불과한 지금, 그 아픔이 무건리로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무건리 일대의 한-미 군사훈련장을 550여만 평에서 1100만평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건리 주민들이 살아오던 터전에 쌀 대신 전쟁기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매향리에서 직도로, 평택에서 무건리로 이어지는 고통 뒤에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통한 ‘효율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제2, 제3의 평택을 양산할 것이다. 평택 투쟁은 더 이상 평택만의 투쟁이 아니다. 당신이 밟고 있는 이 땅도, 언젠간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칼날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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