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386 간첩 의혹’ 사건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들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 아직 검찰에서조차 일심회가 간첩단이라 단정하지 않았는데, 언론에서는 이미 그들을 간첩이라 단정하고 심지어  386 운동권 출신 세력들로 인해 나라가 뒤숭숭하다며 ‘망국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2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386 운동권 출신들이 일심회 총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장민호씨에게 몰려들”었고 “남한의 대북ㆍ대미 정책 동향, 주요 정당 동향 등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 목표가 청와대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남한 사회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구나”라고 말한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대북 포용정책의 실패로 북한이 남한을 깔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곤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다며 ‘망국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보다 한 발짝 앞서 일찌감치 일심회를 간첩단이라고 단정 지은 <동아일보>에서는 “일심회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삼민투와 전대협 출신 386들이 현 정부 출범 후 정치권과 정부의 안방을 차지하다시피 했다”며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사의 표명이 이들의 압박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처럼 현재 수구보수언론들은 실체규명도 정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의혹’을 사실로 여겨 독자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있다. 마치 삼민투와 전대협 출신 386들이 모두 일심회 소속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386세대들이 모두 간첩단 활동을 하고 있는 양 보도하는 이런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분노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효순이ㆍ미선이 추모 시위부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시위, 한미 FTA반대 시위 등의 선전선동에 일심회 회원들이 빠지지 않았다며, 진보적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왜곡하려는 것 또한 옳지 않다. 특히 <동아일보>는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 가운데 얼마가 이들과 연계돼있는지 모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미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닐뿐더러, 여중생 추모시위와 한미 FTA반대 시위 등은 그 어떤 친북적 행동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냉철한 이성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물론 장민호씨 등 일심회 관련 혐의자들의 혐의가 명백히 입증된다면 엄중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장민호씨 등 혐의자들은 아직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수사당국에서도 이들을 간첩이라고 확정짓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명확한 실체가 규명 될 때까지 이성적인 판단아래 사건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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