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많은 사람들이 교정에 나타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부터 요사이 수백만 명의 동호인들이 생겼다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려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한낮의 분위기와는 또다른 활기에 찬 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학교당국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학교의 연구와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관리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앞으로 출입을 금지할 것이라는 요지의 공고문을 게시해 놓고 출입을 통제하려고 해서 다시 교정의 밤 분위기가 쓸쓸해지려 하고 있다.

산책을 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활기찬 교정분위기를 연출하는 사람들 모습의 또 다른 이름이 ‘소음공해와 쓰레기유발’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학습에 매진해야 할 연구동과 열람실 앞에서 자주 연출되는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지 못한 바 또한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하여 학내의 분위기는 일정정도 소음으로부터 지켜져 대학다운 분위기를 연출하여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 또 다른 단순한 생각으로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가져야 할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논해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굳이 선진국 대학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예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시민을 위한 변변한 휴식공간이나 널찍한 공원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의 교정은 지역 주민들에게 산책로와 공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대학이 자신이 속한 지역에 공헌하고 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학교당국에 제안한다. 무조건적인 외부인 출입금지와 단속만으로는 해결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학교의 일정 공간―예를 들어 박물관 앞의 광장과 일감호 주변―을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여 그 곳에서는 산책과 인라인스케이트 동호인들의 활동을 허가하고 그 이외의 지역으로는 나가지 않게끔 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할 것을 바란다. 그런 취지의 공고문이라면 많은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바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할 어중간한 금지의 방법보다는 공간을 열어두고 그 공간 속으로 흡수를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일 것이며,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학교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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