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가끔 <건대신문> 기자라는 점은 내 자신이 뭐라도 된 듯한 느낌을 부여해준다. 그냥 학생의 신분으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넬 기회도 있고, 때로는 분에 넘치는 극진한 대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아도취 되기에는 <건대신문> 기자라는 것이 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아마추어 대학신문 기자일 뿐이고 학교 안에서는 기자이기 이전에 학생일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마추어의 패기와 재기발랄함을 무기로 생각하고 겸손하게 공부하는 학생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특히나 교수님들을 취재할 때에는 더 그렇다. 기자로서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보다는, 학생으로서 교수님을 대하는 태도를 지키는 것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필자가 만나본 교수님들은 거의 모두 우리를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학내언론매체로서 또 기자로서 대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필자에게 아니 <건대신문>에 언론과 기자로서의 존재이유를 되묻게 하는 기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건대신문> 사상 초유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지면을 통해 정식으로 깊은 유감을 표하려 한다.

우리대학의 특정시설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는 제보를 받은 필자는 1학년 기자에게 사진취재를 지시했다. 취재기자는 아주 힘겹게 사진취재를 허락받고 문제시설을 관리하는 교수님, 대학원생과 함께 내부로 들어가서 사진을 촬영했다.

그런데 내부촬영이 끝나자마자 동행한 교수님과 대학원생이 사진을 보여주기를 원했고 1학년 취재기자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부했지만, 끈질긴 압박을 이기지 못해 보여주고 말았다. 디지털 사진을 본 교수님과 대학원생은 시설 내부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두 지워줄 것을 요구했다. 시설 외부와 입구는 얼마든지 찍어도 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결국 강압과 회유 끝에 내부 사진은 모두 삭제되고 말았다.

필자는 이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며 다음날 다시 시설내부 촬영을 요청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외부로 이런 사진이 흘러나갈 경우 자신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건대신문>에서 책임질 것이냐는 부연설명도 함께 들었다.

그러나 정말로 신문에 실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나중에 정식으로 엠바고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절차를 무시한 채 아예 사진을 그 자리에서 지우게 만든 행동은 정말 유감스러운 것이다. 취재한 사진을 지워버리게 압박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학, 나아가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대학과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는 길이다. 또한 그것은 <건대신문>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를 축소시키고 감추려 한다면 우리대학의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언론의 입을 막고 눈을 빼앗는다면 우리대학의 미래는 없다.

필자는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어본 적도 없지만 건국대학교를 대표하는 언론매체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역할 역시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건대신문> 기자로서, 건국대학교 교수님들의 제자로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