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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게 여행의 의미죠!9년째 도보여행한 국오선(45)씨를 만나
양태훈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방학이 되면 으레 여행을 계획하는 우리들

여행의 색다른 의미를 찾아 9년간 도보여행을 다닌 국오선씨를 만나봤다

-편집자풀이-

▲ © 양태훈 기자

△ 도보여행과 길의 의미가 궁금하다

먼저 ‘길’의 의미를 말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출발지와 도착지만을 생각하고 길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길이 단순히 목적지를 따라 가기보다는 그 위에서 생활이 이뤄지는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도보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길의 본래 의미를 찾기 위한 것도 있다. 처음에는 도보여행을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었다. 여행을 하다보니 자신감도 얻었고 천천히 살아가는 생활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도보여행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나 체력단련을 위한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 그러면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지

여행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최소한의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가서도 ‘내가 여기 온 적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면 충분하지 않나.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문화재, 유적 등을 보는 여행은 좀 형식적이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진정한 여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 국오선씨 제공
△ 도보여행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98년도 봄에 여사원 한 명이 들어왔는데 남을 잘 배려하지 못하는 자폐아 같은 사람이었다.

우연히 저녁을 같이 먹게 됐는데, 그 여사원이 예전에 차비가 없어서 대전부터 서울까지 걸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듬해부터 시작하게 됐다.

△ 포기 하고 싶은 적은 있었는지

99년에 걷기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그때는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40km를 한 시간에 4km씩 잡아 10시간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발에 물집이 잡혀 너무 아파서 20Km 걷는데 7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너무 힘들어서 한번은 포기했다. 정말 내 인생에서 몇 번 안 되는 포기 중 하나라서 기억에 남는다. 몇 시간 동안 걷는 것 자체가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50분간 걸을 때고통은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걷고 난 뒤의 천국 같은 10분간의 휴식을 기대돼서 포기 못한다(웃음).

▲ © 국오선씨 제공

△ 그렇게 힘드셨는데 어떻게 계속하게 됐나

두번째는 안 하려고 했는데 광복절이 다가오니 오기가 생겼다. 홈페이지에 내가 걷는다고 광고까지 했다. 완주하리라고 생각은 안했다. 마지막 60km가 남았을 때 또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계속 걷는 강행군이었으니… 셋째 날 발바닥에 고름, 상처가 너무 많아 씻으러 갈 때는 욕실까지 기어갈 정도였다. 더는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음 날 일어나니 통증이 덜해서 걸을 만하더라. 그래서 계속 걸었다. 아픈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견딜만했다. 다 마치고 보니 ‘못할게 없겠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하게 됐다. 이제는 꼭 해야 할 숙명 같이 돼버렸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딱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없는데… 힘들다보니 거의 다 기억에 남아서 딱히 꼽기가 어렵다(웃음). 몇 개 기억에 남는 것이 있긴 하다.

아주 더운 여름날 아스팔트 위에서 걷다가 목이 말라서 시원한 물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 그런데 거기 있는 먹다 남은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서 파는 것이 아닌데도 억지로 사서 먹은 적이 있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것이었다. 또 2002년에 땅끝마을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갈 때, 가족들에게 무시당하며 살았다는 40대 중년의 여성분과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그 분이 통일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막 울었다. 도보여행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우려들을 깨고 성공하니 엄청난 희열을 느낀 것 같았다.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라는 황홀감과는 다른 감정이지만 완주하면 북받쳐 오르는 감정 같은 것이 있다.

△ 도보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매력은 각자 찾아야 한다. 나는 다른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한 대신 도보여행을 낙으로 삼았다. 걷는 것으로 평상시의 욕망을 자제하며 살고 있다. 난 여름 한 달 도보여행을 할 수 없는 직업이라면 연봉 100억을 준다 해도 싫다.

△ 주의할 점이 있을 것 같다

예전에 NHK가 주최하는 고비사막을 횡단행사가 있었다. 헬리콥터까지 대기시켜 놓고 있었는데도 죽은 사람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자만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도보여행은 자만하지 않고 주위에 대해서 겸손하면 주의할 것은 없다.

△ 도보여행을 시작 할 때 필요한 것은

도보여행은 ‘혼자 가는 편이 좋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기하려 해도 가라고 강요하는 사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여러 가지 유혹들을 제대로 이겨내 보려면 혼자가 좋기 때문이다. 준비할 건 인터넷에 다 있다. 그럼 준비물은 검색 할 줄 아는 손 정도면 충분하다(웃음). 또 가는 길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가면 마음이 불안하고 위험하기에  걷을 길에 대한 사전조사 정도는 필요하다. 또 힘든 것을 참아 내야하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피난길과 도보여행의 거리는 같은데 왜 도보여행은 포기를 할까. 마음이 약해서 포기하는 거지 다른 게 있겠나. 또 체력이 너무 좋아도 안 될 것 같다. 체력이 너무 좋으면 뭐가 힘들고 뭘 느끼겠어. 그냥 걷는 거지. 안 그래요?

양태훈 기자  yaterry@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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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오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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