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2학기, 학교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상허연구관을 건립했다. 강의실과 열람실의 크기가 넉넉하고 1층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둔 것도 좋다. 깔끔한 디자인의 건물과 내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허연구관 바깥 계단에 장애학우가 잡을만한 난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비 장애학우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지만, 나 같은 장애학우들은 의지할 난간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엄두도 못 낸다. 난간 하나를 설치하는데 얼마의 예산이 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의 성의만 있다면 장애학우들을 위한 난간 설치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상허연구관을 통해 나가지 않아도 사회과학관 2층 통로나 상허연구관 지하 주차장을 가로지르면 후문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난간하나만 놔주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째서 힘들고 위험한 길로 돌아서 가야하는가?

학교는 장애학우를 위한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 장애학우들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우들도 있다.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어찌됐건 우리대학 학생이므로 그들의 이동권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다른 학생들과 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불편 없이 수업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모두가 행복한 캠퍼스 생활! 입으로만 외쳐서는 소용없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이동권에 관해서도 누군가 소외되는 현실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 모두가 행복한 캠퍼스 생활’은 그저 실속 없는 외침일 것이다.

내가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장애학우들을 위한 시설의 요구가 여러 번 있었다. 그 후 얼마나 개선됐는지 본다면 엘리베이터가 생긴 정도밖에 말할 수 없다. 이것도 5층 이상의 건물은 의무적으로 설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름대로 즐겁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장애학우들 곁에도 좋은 친구와 선배, 후배들이 많아서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장애학우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의지다. 언제까지 남의 도움을 빌어 살아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장애학우들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내를 활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비록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계단 난간 설치와 휠체어 경사로 설치 같은 작은 배려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애학우들에 대한 작은 배려 속에서 앞으로 입학할 후배 장애학우들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장애학우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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