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사진 부문 가작 당선소감

공존이란 주제에 대해 처음 떠올렸을 때 머리 속에 그려진 것은 뒷모습과 앞모습 혹은 빛과 어둠, 타인과 자신의 공존이었다. 그 이미지들은 모두 함께 옆에 서 있을 수는 있으나 섞이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각자의 경계를 가지고 있었다.

가작으로 뽑힌 사진의 장면은 베를린의 ‘찰리 체크 포인트’이다. 한때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장벽 위에 동독과 서독의 통로인 검문소가 있었다. 지금은 소련군과 미군이 등을 맞대고 서있는 사진이 그곳을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는 동독이었을 그곳엔 커다란 샴푸 광고가 걸려 있다. 이제 그곳은 검문소가 아닌 관광지이고 독일은 더 이상 분단국가가 아니다. 과거와 과거들은 현재라는 한 곳에 공존한다. 하지만 이들의 공존은 경계를 가진 것들의 공존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다른 시간 속에서 그들은 이미 경계를 없앤 채 지금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란 건 ‘성장’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내 자신에게 좌절할 때 그런 생각 끝에 “발전, 성장, 비교 이런 것 따위는 이제 그만 생각하고 다른 것을 보자”라고 생각해서 돈을 모아 샀던 것이 카메라였다. 그런 사진으로 조금이나마 무언가를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수상소감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떠올려 보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시간의 흐름이란 꼭 ‘성장’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내가 가졌던 과거들이 하나 하나 의미가 되어 지금의 내 안에 남아 있다면 그것이 지금의 나일뿐인 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시간의 나열을 밟아가며 삶의 문제들을 알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성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선환(문과대ㆍ중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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