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심사평

이번에 응모된 작품들의 특징으로 나르시시즘을 들 수 있겠다. 세상에 맞선 개인의 자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말이다. 이 나르시시즘을 돌파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어서 그 방식의 다양성이 나를 기쁘게 했다. 왜냐 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르시시즘에 함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지면이어서 어떻게 평해야 효율적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 <봉인된 시간>은 삶에 대한 성찰이 상당한 반면 영희와 헤어지게 되는 장면에 좀더 필연성을 더하고 공을 들였으면 하였다. <진화>는 너무 의도하는 주제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그것을 좀 숨길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의뢰>는 수준급에 이른 작품이다. 그렇지만 사건들이 유기적인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엉성하다고 생각되었다. <우표를 붙였다>는 아름답긴 하지만 결말처리가 밋밋한 것이 흠이었다. <테러리스트>는 얼개가 너무 커 세세한 묘사가 빛을 잃은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된…>은 일상에 치우쳐 말해야 할 바가 없었다는, 혹은 말해야 할 것이 너무 뻔하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최종으로 남은 작품이 <실어증 고양이>와 <침묵의 세라자드>, <이빨이 솟은 양> 세 편이다. 그렇지만 <이빨이 솟은 양>은 우화의 형식을 빌긴 했지만 앞의 두 작품에 비해 결말이 너무 단순했다. <실어증 고양이>와 <침묵의 세라자드>는 결말의 반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전자가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서의 반전이라면 후자는 망상(일종의 나르시시즘)을 확인하는 반전이어서, <실어증 고양이>가 보여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에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은 모두 조금만 손질하면 기성 문단에 투고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준급들이라는 것을 여기에 부기해 둔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문장 퇴고에 신경을 많이 쓰고 단어가 맞춤법에 맞는지 꼭 사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김진기(문과대ㆍ국문) 교수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