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부부간의 갈등, 친구와의 갈등,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의 갈등…. 갈등은 으레 좀 ‘더’ 잘못한 쪽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엄밀히 파고 들어가면 쌍방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손바닥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이번 취재에서 알아본 중소 상인들과 대형할인점의 갈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할인점의 무분별한 몸집 늘리기로 지역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중소 상인들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중소 상인과 대형할인점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대형할인점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만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좋은 기업 만들기’ 정란아 국장은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 같은 소규모 상점에도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주인이 왕인 분위기에서 고객이 왕인 분위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이 그간 외면해온 능동적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에서도 이런 필요성을 읽고 자생적인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특히 경영의 전략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최경주 기획조정실장은 <마켓월드> 기고문에서 “슈퍼마켓에서도 고객관리를 통해 고객 밀착형으로 변신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객관리는 단골 고객 우대, 고객별 차별화된 대응 등의 맞춤 서비스 전략이다. 또한 시장시설 보수도 필요하다. 재래시장에는 지붕을 씌우고 화장실을 정비하는 등 활발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물론 지역상권을 살리고 모두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대형할인점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을 꾀하려는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하지만 대형할인점의 변화만 촉구하며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이 변신을 거부한다면,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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