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중한 보물인 언어, ‘한글’. 그러나 한글 또한 분단 반세기라는 상황아래 심각한 이질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로 분단역사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남북분단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날로 심해지는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살펴보고 여기서 나타나는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살펴보자.                             - 편집자 풀이 -

■ 남북한의 언어정책

언어 이질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관에 기반을 둔 언어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언어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언어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언어관을 가지느냐 하는 것은 언어정책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을 끼친다.

먼저 남한의 언어정책은 국민의 언어생활 향상과 국어 발전에 목표를 두고 언어생활에 표준을 제공하는 어문규범 정립 등의 시책을 펴고 있는 반면, 북한은 언어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힘있는 무기로 삼아 김일성 주체사상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즉, 북한의 언어정책은 남한에 비해 정치적으로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언어를 도구화하여 자신의 사상과 체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옹호하고, 정치적인 적에 대해서는 대결의식을 고취시키시 위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남북한의 외래어

남한은 산업화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외래어 수용과 발전이 제도화된 측면이 있으며, 남한의 외래어는 사회ㆍ문화적인 면에서 그 사용이 두드러진다. 반면에 북한은 폐쇄적인 정치, 경제 구조와 사회적 통제 체제로 인해 외래어가 남한보다 적게 쓰이고 있으며 외래어 수용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북한에서는 사회, 문화적 측면의 외래어 보다는 산업, 기술 분야의 외래어가 많다.

그밖에 외래어 수용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예로는 커튼을 북한은 문보, 발코니를 내민대, 투피스를 나뉜 옷 등으로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승철(북한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경제, 문화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남ㆍ북한의 언어차이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막고 통일이라는 미래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의 외래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북한의 어문규정

어문규정의 통일 문제는 현재와 같은 분단 상태에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간에 이질화를 보이는 다른 언어문제와 구별된다. 왜냐하면 어휘와 정책의 문제는 체제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금 당장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어문규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체제의 차이가 아니라 관점에 따른 몇몇 세부 규정의 차이에 불과하므로, 남한과 북한이 대화만 한다면 얼마든지 남북통일 어문규정을 제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의 첫머리에 오는 자음이 본래의 음가를 잃고 다른 음으로 발음하는 두음법칙의 경우, 남한은 이를 적용하여 낙원, 양심, 노인 등으로 표기하고 발음하는 반면 북한은 락원, 량심, 로인 등으로 표기할 뿐만 아니라 발음도 문자 그대로하고 있어 심각한 이질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 표기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한과 북한이 의견을 절충하여 하나로 통일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의 어문관련기관과 학자들이 서로 만나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통일된 어문규정 제정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남북한의 어휘

어휘의 이질감 해소 문제는 남한과 북한 당국이 언어 정책적으로 접근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하루 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히 의미나 사용에 있어 차이가 나는 어휘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어느 편으로 통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남북한이 서로 의견일치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세포위원장, 종파분자 같은 단어들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형태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뜻이 다른 말은 언어통일을 막는 또 다른 장벽이다. 예를 들어 교시(敎示)의 경우 우리는 지침이 되는 가르침, 가르쳐 보인다는 의미이나 북한은 김일성이 밝힌 혁명과 건설에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가르침을 뜻한다.

이렇듯 어휘 부문은 체제에 따른 어휘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서로의 어휘에 대해서 먼저 그 차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 통일언어의 필요성

장계홍(교육대학원ㆍ국어교육 석사5학기)씨는 “서로 다른 나라로 살려면 필요가 없지만 통일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 과정의 일환으로 통일언어가 필요하다”며 “비록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통일에 대비하여 남한과 북한의 언어 차이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하나씩 해소해 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대학에서는 학문에 대한 상호이해를 높이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과의 학술교류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문과대 국문과 언어분과에서도 그 일환으로 통일언어의 어문규정에 관한 학술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고창운(문과대·국문) 교수는 “학생 차원에서 남북한 어문규정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며 “학생들이 나와는 다르지만 상대방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문위원 - 국문학과 고창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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