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새로 입학한 07학번 새내기들이 참가하는 새터에 다녀왔다. 내가 03학번 새내기들과 새터에 갔을 때는 과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인가부터 학부 내의 학과에 대해 교수님들께서 설명해주시는 시간이 프로그램 속에 마련되어 있었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학과에 대해 설명하시거나, 대학생활에 대해 말씀하시고, 신입생들은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신입생들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신입생들 얼굴도 궁금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궁금해서 슬쩍 들어가 보았다.

신입생들이 던지는 질문의 질적 향상과 중복된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 질문을 미리 종이에 쓰게 해서 모았는데, 진로를 궁금해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직접적인 의미로는, ‘그 과 졸업해서 뭐 해서 먹고 살아요?’ 라는 질문들이 많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여러 과목들을 좋든 싫든 공부해온 학생들이 ‘대학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내려고 수능을 본 이후, 자신이 합격한 대학에 와서도 ‘취업’, 혹은 ‘괜찮은 직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내려 하는 모습이 조금은 수동적으로 느껴졌다.

지난 학기, 한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뇌리를 스쳤다. “대학 4년은 여러분들이 일생을 통틀어 여러분 뜻대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굳이 대학교에서 배울 필요 없지 않겠어요?”라고. 고등학교까지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계열을 선택했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모두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강의를 신청해서 들으면 된다. 전공만으로 부족하면 다전공해서 공부하면 된다. ‘집안에서 그 전공은 전망이 없대요.’ ‘저는 공부하고 싶은데 그러면 취직이 될지 불안해요.’라며 취직 걱정만 하면서 전공에 대한 깊은 탐구 없이 4년 동안 ‘직장형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쓴다면 대학은 더 이상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탐구하는 곳이 아니며, 지식에 목마른 자들이 그들의 목을 축일 수 있는 샘터가 아니다. 취업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안전빵’인 취업에만 매달리기엔 소중한 20대의 4년이라는 시간과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는 이야기다.

작년, 이스라엘에서 청소년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우리 과를 방문해서 교수님들, 그리고 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당신네 나라는 대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그들은, ‘왜 남에게 돈을 벌어다 주느냐?’라고 답했다. 그 말대로,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나스닥 상장은 미국 다음으로 2위에 이른다.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이스라엘이지만 그들의 하고자하는 용기가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바라건대, 새내기들이 남이 가는 길, 안전해 보이는 길만 따라가기보다는 가지 않은 길, 힘들지만 보람 있어 보이는 길을 갔으면 한다. 우리 학교의 상징동물이 소 아닌가. 자신이 스스로 정해서 가는 길, 잠깐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소처럼 우직하게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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