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이지윤
매일 아침 지하철을 이용해 통학하는 스무 살 태훈이. 태훈이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덜컹덜컹, 뽜아아아앙~”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떠나는 전동차를 옆에 두고, 승강장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철로 쪽으로 끌려가는 묘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읽은 공포특급에 나왔던 지하철 귀신이 날 죽이기 위해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걸까?’ 태훈이는 섬뜩한 생각에 온 몸에 단단히 힘을 주고 전동차가 남기고 간 바람을 맞으며 한발 한발 옮긴다….

태훈이가 과대망상인걸까? 재미있게도 태훈이의 느낌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전동차 옆에 있으면 전동차 쪽으로 몸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인은 귀신이 아니라, 기압 차이 때문이다.

기압은 단위 면적에 작용하는 공기의 무게에 의한 압력을 말하며, 모든 방향에서 같은 크기로 작용한다. 고기압은 주변보다 높은 기압 때문에 공기의 무게에 의한 압력이 큰 곳으로, 공기의 밀도가 높다는 뜻이다. 저기압은 주변보다 낮은 기압으로, 고기압의 반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말한다. 바람은 고기압과 저기압의 차이가 클수록 더욱 세게 분다. 바람은 결국 대기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특별한 장치를 가하지 않는 한 공기로 차 있다. 지하철역도 마찬가지. 그런데 빠른 속력으로 전동차가 달려와 승강장에 있던 공기를 밀어내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대신에 전동차로 인해 밀려난 공기는 승강장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후 전동차가 빠른 속력으로 역을 빠져 나가면 전동차가 있던 공간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비게 된다. 즉, 전동차가 있던 자리가 순간적으로 공기의 밀도가 희박해지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주변에서 공기들이 몰려들어 기압의 평형을 이루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 떠난 전동차가 있던 자리보다 상대적으로 고기압인 곳에 있는 태훈이는 철로 쪽으로 빨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만약 전동차의 속도가 더 빠르고 기압의 차가 더 크다면 사람이 정말 쉽게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노란선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문 : 한국과학문화재단 사이언스올(지식all) (http://www.science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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