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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선택>을 보고비전향 장기수의 선택, 양심의 자유
문화부 | 승인 2003.10.06 00:00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느덧 8회를 맞았다. 그동안 관심은 많이 갖고 있었지만, 막상 부산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되고 떨리는 맘이 앞섰다.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규모와 축제 분위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축제의 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소박한 영화잔치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부산 남포동에 도착한 것은 개막 이튿날 새벽이었는데, 영화표를 미리 구입해두지 못한 나는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2장의 표를 살 수 있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과 홍기선 감독의 <선택>이 그것이다. <몽상가들>은 1968년 프랑스 파리의 학생혁명을 배경으로 영화광인 세 젊은이의 독특한 행각을 다룬 영화였고, <선택>은 비전향장기수의 문제를 다룬 한국영화였다.

거대자본과 압도적 상업성을 무기로 한 미국영화가 세계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오늘날, 각계에서 우리영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은 까닭에 나 역시 한국영화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 중에는 미국영화의 과잉 독점을 막고 우리 영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띠었다. 그밖에도 한국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 한국영화는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내가 선택한 영화 <선택>은 홍기선 감독이 92년 첫 작품을 낸 이후 두 번째로 찍은 장편영화로서, 정치 이데올로기가 다른 분단 한국의 현실 속에서 과거엔 영화화되기 쉽지 않았을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에 소위 ‘빨갱이’로 지칭되던 비전향장기수의 수감생활을 다루었는데, 선명한 인물묘사를 통해 그들의 이념적 갈등과 양심의 문제 등을 밀도있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종반부에 “선택이란 것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버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유가 감옥 밖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자유는 감옥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였다”라는 극중 김선명의 독백이 흐르는데, 이는 <선택>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케 해주었다.

또, “인간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고, 인간이 그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 나는 다시 내 운명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김선명의 말을 통해 남한이라는 체제 안에서 그들이 선택한 이념의 길이 얼마나 고된 대가를 필요로 했는지 간접적으로 일러주었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배우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홍기선 감독은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분단한국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다”고 영화제작 의도를 밝혔고, 배우 김중기씨는 “극중 김선명은 80년대에 직접 통일운동을 했던 자신에게 잘 맞는 역할이었지만,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다”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영화 자체도 감동적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자리에서 감독, 배우, 관객이 서로 많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진지하게 주고받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제작에 있어서 자본은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에 영화가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한 발 더 다가가 있는 영화를 접하면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문화부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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