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3시, 여기는 경희대 여학생 휴게실이다. 깨끗한 바닦 위에는 냉·온풍기, TV, 오디오, 사물함 등 왠만한 것은 다 갖춰졌다. 게다가 20명 정도는 족히 사용할 수 있는 학습용 테이블과 알콩달콩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랜지 색 쇼파까지. 게다가 한쪽 벽에 붙어있는 문을 열면 푸근한 수면실이 열린다. 10개 정도의 침상용 쇼파가 놓여있고, 벌써 한 여학생은 따뜻한 가을 햇살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이렇게 여학생이 좀더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덕분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이른 11시 경희대 정문에서 호주제 철폐를 위한 선전전을 했다.

“남녀차별적인 호주제를 폐지해야합니다”라는 그들의 구호가 경희대 정문에 가득하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사회의 반이 여성인데, 그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면 당연히 권리를 주장해야 해야죠. 여성의 권리가 가만히 있는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들의 선전전을 유심히 지켜보던 경희대 남학생의 말이다.

선전전이 끝나고 만나본 경희대 총여 회장 조이성애(호텔관광대·외식산업4)양은 “요즘은 ‘성폭력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학내 구성원의 성폭력 사건을 예방·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 바쁘다”며 웃는다. “총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여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많아요. 여학생 휴게실도 좀더 넓혀야 하고 휴게실에 컴퓨터도 더 많이 배치해야 하고요”라고 지적하는 강은실(경희대·약대·약학3)양.

총여에 대한 그녀의 요구가 오히려 부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건대 여학생들은 모두가 여학생들을 위한 건대 시설에 만족하고 있는가? 그들의 요구는 누가 들어줄 것인가? 아무도 없이 텅 빈 총여학생회 사무실이 들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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