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미FTA 반대집회에서 무자비한 경찰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집회참가자는 물론 취재 중이던 기자들까지 닥치는 대로 폭행하고 강제 연행해갔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상경하던 시위대를 원천 봉쇄함은 물론, 기습집회를 막기 위해 지하철 광화문역과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시킨 후에 독립문역의 출입구를 봉쇄해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가히 ‘경찰 파쇼’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소식을 접한 필자는 80년대 광주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명백히 집회ㆍ결사의 자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또한 “집회와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력 진압을 일삼던 근거 바로 그 근거 자체가 ‘불법’이라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기반 없이 국민경선에 의해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그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힘없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탄핵의 위기에 놓였을 때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준 사람들은 평택 땅에서 집을 잃은 노인들, 비정규직으로 부당하게 고용된 노동자들, 농산물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이었다. 그들은 늘 그래왔던 대로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한 목소리로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외쳤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문민정부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보해 왔다고 말한다. 이런 점은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대학에서 정치를 전공하는 친구들의 보고서에서, 한평생 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논문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참여정부는 광주를 무참히 짓밟았던 군부독재의 잔상을, 민주화의 암흑기라 불리는 80년대의 국가주의를, 작년 평택에서 그리고 올해 서울에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그 누구도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그 누구도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그것이 설령 정부라 해도. 게다가 처음엔 ‘교통체증’을 이유로 들었다가 나중엔 ‘한미FTA 반대집회로 변질될 우려’ 때문에 진보단체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는 논리도 엄청난 모순이다.

본 칼럼이 너무 빨갛고 원색적이라고 여겨져 거부감이 드는 독자는 다른 걸 다 제쳐두고 이것 하나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평택 주민들의 집을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수고, 국민들의 생존이 걸린 한미FTA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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