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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이기심을 경계하라
이정호 편집장 | 승인 2007.04.02 00:00

대학의 자율적인 신입생 선발과 관련한 이른바 ‘3불 정책’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3불 정책이란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현행 대학입시제도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사립대총장협의회와 서울대, 일부 대선주자들과 보수언론들은 3불 정책이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침해하고,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한창이다.

물론 대학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현재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여, 좀 더 유능한 학생을 대학의 자체 기준으로 선발하겠다는 논리다. 게다가 열악한 대학의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여입학제를 도입함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어디까지나 일부 상위권 대학의 ‘입맛’만이 반영된 주장이라는 점에서 옳지 못하다. 대학의 사회적 위치와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아울러 발전 이데올로기가 대학의 최우선 가치인 것 마냥 인식되는 세태가 우려스럽기만 하다.

우선 본고사 시행의 경우, 각 대학별로 내신과 수능 이외에 독자적인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현행 공교육에서 본고사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등학생들은 각 대학의 본고사에 맞춰 시험을 준비하며 많은 부분을 사교육에 의존할 것이 뻔하다.

또한 고교등급제의 경우, 잘난 선배들의 능력을 근거로, 또 농어촌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당락이 좌우되는 것은 유능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애초의 목표에 모순된다. 게다가 소위 잘나가는 고등학교에 입학 또는 전학하기 위해 초중등 학교에서부터 일어날 각종 부작용들은 안 봐도 눈에 선할 지경이다.

아울러 기여입학제를 통해 교육재정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일부 최상위권 대학만이 수혜를 받는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 그리고 막대한 기부금과 대학의 입학장을 맞바꾸는 형식의 기여입학제는 돈으로 대학의 입학을 사고파는 ‘장사 속’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현재까지 논의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3불 정책 폐지 논의는 일부 대학의 이기적인 입장이 마치 교육계의 당면과제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인식이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3불 정책 폐지는 현재 대학들의 서열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일조할 따름이다.

좀 더 훌륭한 학생을 뽑겠다는 대학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 선발에만 혈안이 돼있는 대학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것이다. 진정한 대학발전은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정호 편집장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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