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실제 교육개방을 단행한 국가들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등교육의 상당부분이 개방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개방되지 않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범국민교육연대가 지난 2005년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와 홍콩이 무분별한 교육개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멕시코는 WTO협상과 유사한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협상을 통해 교육을 개방한 이후, 99년까지 거의 무상으로 운영하던 국공립대학을 사립화하여 등록금이 7,500배 가까이 인상됐다. 이에 8개월간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자 끝내 정부는 대학에 군부대를 투입하기까지 하는 등 많은 혼란을 겪었다.

홍콩의 경우는, 돈벌이 사학의 고의파산과 부실한 교육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홍콩에서는 사립학교를 설립하는데 간단한 허가만 얻으면 쉽게 학교설립이 가능하고, 또한 시장화조치를 통해서 기업형 대학 설립이 매우 자유롭다. 이후 이러한 학교는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소유주가 돈벌이가 안 된다고 판단하면 임의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다. 그 결과 돈벌이를 하는 질 낮은 대학이 마구잡이로 설립될 뿐 아니라 심지어 고의로 파산하는 일마저 생기고 있다.

아울러 이웃나라 일본의 경험도 참조할 만하다. 1980년대 초, 교육개방을 했던 일본은 1991년에는 미국대학의 일본분교가 35개나 됐으나 이후 분교가 급속히 폐교되면서 1995년에는 불과 6개만이 살아남게 됐다. 미국대학분교의 실패 원인으로는, 우선 교육 내적인 측면에서 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수익만 목적으로 한 비즈니스식 학교 경영으로 사립대학의 2배에 가까운 비싼 등록금 등을 들 수 있다. 교육 외적인 측면에서 분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도 한 몫 했다.

지난 2001년 9월에 유럽, 미국, 캐나다의 5,500개 주요 고등교육단체들이 GATS협상을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유럽에서는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2년 10월 이탈리아의 브릭센에서 개최된 유럽지역의 문화 및 교육 분야 장관회의에서는, 문화 및 교육에 대한 개방협상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그리고 2003년 2월에는 유럽연합(EU)이 교육, 문화 등 서비스 분야의 무역협정인 GATS 협상에서 교육 등 공공분야는 개방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이렇듯 교육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WTO의 148개 회원국 가운데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한 나라는 42개국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교육개방은 우리나라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적인 추세는 절대로 아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영어권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많은 국가가 교육개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시장 개방이 대세라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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