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방에 따르는 부작용 경계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아래 FTA) 2차 협상이 진행됐던 2006년 7월 10일,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국 교육시장 개방에 구체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커틀러 대표의 발언 이후 교육개방에 대한 찬반 공방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개방은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됐을까? 규정상 FTA협상 세부 내용은 3년이 지난 후에야 공개가 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직접 확인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미FTA체결지원회의 한 관계자는 “FTA협상에서 교육개방에 관한 사항은 논의된 것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개방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해외 유학비를 줄여 국제수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외국의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국내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대학과의 경쟁을 통해 국내 대학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서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국제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로 들어올 것인가?”, “외국 교육기관이 높은 수익을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을까?” 등의 우려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점들이 있다. 이에 교육개방의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 짚어본다.

교육개방 핵심사안 1- 영리법인 대학

국내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아닌 자는 사립학교를 설치ㆍ경영할 수 없게 돼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만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영리법인을 비롯하여 영리법인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돼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영리법인 대학은 수입의 약 9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수업활동’에는 약 30%만을 지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비영리법인 대학과 지출 면을 비교해 봤을 때 영리법인은 ‘연구’에 아무런 지출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이윤’에는 약 15%를 지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대학의 영리법인 허용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미국 영리법인의 대학이 들어왔을 경우,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기업으로 다뤄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원 임은희 연구원은 “사실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면 현재 국내법으로도 외국 교육기관의 대학 설립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미국 영리법인 대학들의 의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개방 핵심사안 2- 원격교육 및 SAT

원격교육은 국내 대학과 외국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공동교과과정으로 운영하는 교육방식이다. 원격교육 특성상 설립조건 부담이 적고, 굳이 국내에 온라인 강의 관련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미국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대학이 일부 강의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등ㆍ성인교육 분야의 원격교육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미개방 상태이기 때문에 원격 교육 학력을 인증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수요가 많지 않은 상태이다. 임은희 연구원은 “국내에서 시행 중인 사이버 대학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사이버 교육에 대한 법적, 제도적 준비가 미비한 상태이다”며 “미국과의 공동 원격교육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교육 부실화와 교육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SAT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 10개 고등학교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다. 만약 교육개방을 통해 SAT가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제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에 SAT를 반영한다면, SAT 관련 사설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길 것이고 고등학교 교육 역시 이에 맞춰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학입시의 변화는 초ㆍ중등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줘 애초에 고등ㆍ성인교육만을 개방 대상으로 삼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도 교묘하게 초ㆍ중등 교육과정에 간접적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교육개방 핵심사안 3- 각종 규제 완화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교육시설이 과다 밀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 대학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상 외국인이 재산의 1/2이상을 출자할 경우 이사의 최대 2/3를 내국인이 아닌 자로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학교법인 또는 사학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등교육기관을 설치ㆍ운영하려면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을 갖추어야 하며, 수익용 기본재산은 수익률 3.5%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듯 국내에 외국대학 설립을 어렵게 하는 규제들은 교육개방이 된다면 외국은 그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각종 규제들이 GATS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교역 의무사항의 시장접근 의무, 내국민대우 의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교육개방에 대한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각종 규제들이 완화되거나 철폐가 된다면 국내 대학들이 외국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개방론자들은 교육개방 이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 인정은 하지만 오히려 개방을 통해 그 부작용을 넘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아직 교육개방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개방 이후 벌어질 문제들을 미리부터 걱정을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개방이라는 양날의 칼을 가진 사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한 비판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