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시추선]

한정된 그 무언가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 사람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자연계에서도 으레 벌어지는 일이다.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 한 조각 남은 케이크를 위한 쟁탈전, 지하철 자리 쟁탈전… 이 쟁탈전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러분 집에 살고 있는 미물들의 그것이다. 바로 개미와 바퀴벌레. ‘개미가 있는 집에 바퀴벌레 없고, 바퀴벌레 있는 집에 개미 없다’는 가설(?)은 거의 정설이다. 그런데 정말 근거 있는 가설(?)일까?

기본적으로 개미와 바퀴벌레의 서식지는 많이 다르다. 개미는 흙 속에서 사는 게 보통이지만 집에서 살 때에는 나무, 그러니까 문지방 아래 틈 같은 곳에 구멍을 뚫고 산다. 반면, 바퀴벌레는 습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씽크대나 가스렌지 근처 그리고 욕실 주위에서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 둘은 만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경쟁관계도 아니고, 천적관계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도 크고 청소 상태가 불량해서 먹이가 많은 경우에는 개미와 바퀴벌레가 같이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결한 집에서는 어떨까? 가뜩이나 서식지인 집이라는 장소가 좁고 제한된 곳이라, 먹이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먼저 집을 점령한 개미(혹은 바퀴벌레)에 밀려 나중에 들어오는 바퀴벌레(혹은 개미)는 살 곳도 협소하고 먹이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 집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법은 없다. 잠깐 옆으로 눈을 돌리면 많고 많은 게 인간들의 집이기 때문에 좁고 배고픈 장소를 두고 서로 경쟁할 이유가 없는 것.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퀴벌레와 개미가 한 집에서 발견되는 일이 드문 것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치열한 먹이싸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신경전은 존재하는 셈이다.

주변에 보면 개미와 바퀴벌레로 골머리를 썩는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유인책과 약품들을 제시하는 현란한 해결책들이 수십 가지 존재한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보라. 집을 청결하게 하는 것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어디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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