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남한산성 서문(西門). 인조는 굴욕과 항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굴욕의 길을 선택했다. 현대 사회에 비춰보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윤태웅 기자

우리는 과거의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놓은 것을 역사라고 말한다. 흔히 역사는 반복되고 그를 통해 현재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동국통감이나 자치통감 등 오래된 역사책의 이름에는 거울 감(鑑) 자가 많이 들어간다.

▲서문에서 바라 본 풍경. 송파구 전경 © 윤태웅 기자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둘러싸인 채 47일간 남한산성에 갇혀있던 조선 조정과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나라 군대의 압박을 받던 남한산성.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왕을 비롯해 장군, 신하, 병사, 농민, 대장장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많은 담론을 만들어 낸다. 주전파 대 주화파 등의 담론들은 사람들 속에서 부딪히고 융화되며 퍼져나간다.

▲고난의 시작 남문(南門). 남한산성은 인조가 들어간 곳 보다 나온 곳이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 © 양태훈 기자
이는 결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언론은 건전한 비판보다는 비방에 더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또 뭉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여론은 남한산성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훈 작가는 소설 『남한산성』을 통해 “말과 말들이 서로 부딪치고 뒤엉켜서 마침내 무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며 “담론의 해체가 관심사였고 그 너머에서 새로운 삶이 태어나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과거 속에서는 한 사람의 고민도 볼 수 있었다. 인조는 남한산성 안에서 마지막 선택을 하고 있었다. 하나로 모이지 않는 신하들의 담론 속에서 국가와 자신을 따르던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인조가 선택할 수 있었던 두 가지 방법을 김훈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죽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살아서 죽을 것인가”라고.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용감히 저항한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 남을 것인가 사이에서 인조는 고민했고 결단을 내렸다.

 

▲담론이 충돌한 행궁. 주전파과 주화파 담론의 충돌, 현대 사회에서 담론의 충돌도 비슷하다. 충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려야 한다 © 윤태웅 기자

 

인조의 입장보다는 덜하지만 사람은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선택의 상황 앞에 서게 된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린 과거를 되돌아보며 역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병자호란 당시 유일하게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운 북문(北門). 김류가 지휘하는 300여명의 군사가 성문을 열고 나가 싸우다 장렬하게 전멸했다 © 윤태웅 기자

 

소설 『남한산성』이 과거와 현재의 직접적인 통로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당시 남한산성의 상황 속에서 현재를 비춰볼 수 있다. 김훈 작가는 “직접적이고 논리적인 맥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대적인 외세들과 함께, 그들과 다투면서 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 소설이 오늘의 현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전쟁당시 지휘본부이자 관측소였던 수어장대 © 양태훈 기자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사회에 속해있는 현재, 공존과 경쟁 속에서 우리는 헤매고 있다. 소설 ‘남한산성’이란 거울을 한번 보는 게 어떨까.

 

▲아픔의 상징 삼전도비. 지난 2월초 '철거370'이라고 페인트 칠이 되었다. 아픔과 굴욕의 상징이지만 이를 거울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 윤태웅 기자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