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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비틀어' 보기현시대에 맞는 동화 필요
이지은 견습기자 | 승인 2007.07.16 00:00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은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로 시작되는 고전동화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동화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현대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왜 항상 동화 속의 예쁜 여주인공은 잘생긴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맺는지, 부당한 착취에 저항하기보다 묵묵히 참는 인물이 좋게만 묘사되는지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이런 교훈의 동화는 더 이상 현대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가 그동안 비판 없이 읽은 동화를 지금 실정에 맞게 ‘비틀어’보면 어떨까?

먼저 동화 속의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능동적인 자세가 부족하며, 어려움이 닥치면 그저 묵묵히 견딜 뿐 개혁 의지가 약하다. 『신데렐라』, 『엄지공주』,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의 ‘착한’ 주인공들을 보자. 그들은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절망하고 앉아서 눈물만 흘릴 뿐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동화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참는 것이 미덕임을 은연중 보여주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고전 동화에는 ‘미모의 여성’이 법칙처럼 등장한다. 이들은 오로지 ‘예쁘다’로만 묘사될 뿐 ‘지혜롭다’거나 ‘영특하다’ 등의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동화 속의 여주인공들은 남성에게 지극히 순종적이며 소극적이다. 그림형제의 『가시장미 공주』에서 공주는 100년 동안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만난 지 1분도 안된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미래와 배우자로서 적합성 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동화 속의 가난한 주인공들이 ‘부자가 되어 행복해진다’라는 식의 전개도 문제가 된다. 우리 고전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네 가족은 따뜻한 사랑으로 돋보이기보다는 항상 가난해서 불행하다.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하고 가족공동체의식이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에는 부적절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항상 고전동화는 이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까. 고전동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그림동화』를 보자. 본래 『그림동화』는 민중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전래 민담을 모아 엮은 전래 동화집이다. 1810년 욀렌베르크 판과 1812년과 1815년 초판 1,2권 이후 1857년 최종판인 제7판이 나올 때까지, 무려 50년의 세월 동안 시대적 분위기에 맞게 문학적인 창작력이 더해져 탄생했다.

『그림동화』의 독자층은 민중문학에 관심 있는 어른들이었지만 점차 독자층이 어린이들로 확대되면서 개작 과정을 통해 아동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은 삭제되었다. 이는 시민사회에 맞게 동화의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며, 여러 번의 수정과 삭제를 통해 비슷한 동화들이 탄생했다. 예를 들어 『그림동화』속의 전형적인 여주인공들은 19세기의 시민사회가 원했던 순종적이고 집안일 잘하고 신앙심 깊은 여성들로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고전동화는 전래민담을 시대에 맞추어 개작하면서 현재와 같은 내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대사회는 착하기만 한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 오늘날의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기보다 현실을 맹렬하게 살아간다. 동화의 교훈은 절대적이지 않다. 시대가 변한 만큼 현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동화가 필요하다.

이지은 견습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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