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 중에 ‘중동문화 읽기’ 라는 과목이 있다. 구약성경에 기초한 유대인들의 금기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다루는 내용인데 학기 내내 흥미진진하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금지하고 그 무언가에 종교적이나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금기’라고 하면 미신으로 치부되거나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하면서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분류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풍습 중에 이유도 모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어릴 적에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많이 하시던 이야기 중에, 문지방에 서 있으면 귀신들리니까 내려오라고 하시던 것이 기억난다. 사실 문지방에 서 있어도 넘어지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문지방은 안과 밖을 구분해주는 경계로서,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이기 때문에 모호하다는 것이다. 나가려면 나가고 들어가려면 들어가라는 것이다.

서두에 왜 이러한 금기가 우리들 삶과 다르지 않다고 했는가 하면, 사회 초년생들이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일을 찾아서 나가기보다 직장에 들어가 꼬박꼬박 월급을 타거나 공무원이 되어 소위 말하는 ‘철밥통’을 쥐고 사는 것이 은연중에 무난한 삶을 사는 ‘경계’로 인식되어 있고, 학생들에게 그 경계를 넘어서면 큰일 나는 것처럼 암암리에 주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가 어렵고 취직이 어렵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그러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이런 것이니까’라며 스스로 사회적인 금기 또는 스스로의 금기를 만들고 그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생각마저 금기 안에 갇혀져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비록 몸은 현실에 매어 있다 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금기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금기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문지방에 서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건국인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위해 금기를 깨고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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